미국에선 많은 커플들이 결혼을 준비하면서 가장 애를 먹는 부분들 중 하나가 하객 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한국식 결혼에서야 리스트 필요없이 주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 많은 하객이 오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래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의 결혼식에 초대를 받고 괜히 찝찝해지는 일도 다반사가 아닌가. 고가의 호텔 결혼식이 아닌 이상, 보통 한국식 결혼식에선 축의금이 밥값보다 높기 때문에 하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신랑신부로선 이익일 수 밖에 없으니 그런 문화가 생겨난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하지만 미국에선 결혼식 밥값이 하객들로부터 받는 선물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결혼식 비용의 많은 부분이 손님들 밥값과 술값이니 한 사람 덜 초대하면 그만큼 신랑신부는 돈을 절약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한 이상적인 하객 숫자는 60명. 100명 초대해서 찌질한 밥과 술을 대접하느니 하객수를 줄이고 대신 음식과 술을 좋은 것으로 대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내 가족들은 대부분 한국에 있어 많이 참석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S도 친척들과 가까운 편이 아니라 직계 가족들만 초대한다고 하면 60명 정도가 딱 적당해 보였다.

직계 가족들을 일단 리스트에 올리고, 다음은 친구들.

결혼식에 초대할 친구들의 리스트를 적다보니 이 하객리스트 만들기가 단순히 리스트 만들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이 사람을 나의 가장 큰 인생의 이벤트에 꼭 초대하고 싶은지 아닌지를 따져 보게 되고, 다음으로 내가 초대를 한다면 이 사람이 부담갖지 않고 초대에 응할지 아닌지를 따져 보게 됐다. 내 친구들은 많은 수가 다른 도시에 살고 있어 결혼식에 오려면 교통비와 호텔비를 감수해야 하는데, 그걸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친구들만 일단 리스트에 올렸다.

현재 우리의 리스트에 올라있는 사람들의 수는 70명 정도. 그 중에 참석하지 못할 사람도 분명히 몇 명 있을테니 결국 60-65명 정도가 될 것 같다. S의 어머니가 친척들을 몇 명 더 초대하고 싶어하시는 것 같았지만, S는 ‘일년에 한 번 볼까 말까, 그리고 소식도 잘 모르고 지내는 친척들을 왜 내가 초대해야 하나’라며 거절(?)을 했다. 흠.. 한국 같으면 있기 힘든 일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