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아직 온라인 데이트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 한 친구에게 들은 바, 섹스 상대를 찾고자 하는 남자들 아니면 여자친구를 만들어보려는 유부남들이 득실득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도 섹스가 목적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혼상대나 진지한 연애를 상대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지인을 통한 소개나 선, 아니면 결혼정보 회사를 통하는 것이 보편적인 한국에 비해, 미국에선 온라인 데이트로 짝을 찾는 사람들이 길가다가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해졌다. 내가 직접 아는 친구나 회사 동료들 중에 온라인으로 만나 결혼한 커플들이 벌써 여섯 쌍이니 말이다.

서른 세 살이 되던 봄, 나도 이대로 있다가는 짝없이 혼자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감이 밀려 닥쳐왔다.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도 못만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어느 날 밤, 인터넷에 들어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두 곳에 가입하고는 프로필을 만들었다. 두 사이트는 match.com과 eharmony.com. 가장 회원수가 많고 널리 알려진 사이트들이라 일단 그 두 곳에 가입했다.

두 사이트 모두 가입과 회원검색은 무료이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이메일을 보내려면 회원비를 내야했다. match는 회원비를 내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윙크를 보낼 수가 있어 일단 match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 검색 조건을 내가 사는 도시로 한정하고, 나이, 직업, 연봉, 키, 체격조건, 종교, 자녀유무, 인종 등등 수십가지의 검색 조건들을 선택한 후 검색을 시작했다. 특별히 마음에 쏙 와닿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몇 명 있었는데, 첫날인지라 일단 둘러보는 것에 만족하고는 로그 아웃.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이메일을 체크했더니 match의 남성 회원들로부터 열 통 정도의 이메일이 와있었다. (오호호..) 그 중엔 60세의 영감님도 계셨고, 23살짜리 영계도 있었고,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프로필들이었다. 짧게는 한 문단에서부터 길게는 한 페이지가 꽉차는 이메일까지, 이메일의 내용과 스타일도 각각. 그렇게 며칠 동안 하루에 수통의 이메일을 받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는 근처 학교의 교수였는데 구글로 조회해 보니 거짓말은 아니고 학생들과 찍은 사진도 학과 사이트에 올라와 있기에 신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믿을 수가 있었다. 결국 그와 세 번을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세 번 만나는 동안 영 필이 안 꽂혀서 세 번째 만남 이후에는 계속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거절했더니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말고도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정도로 끝난 두 명의 남자들이 있었고..

eharmony는 match보다 좀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상대방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가 있었다. 3-4단계에 걸친 질문과 답변을 모두 마쳐야하는데 첫 단계는 사지선다형의 질문들, 예를 들면,

“당신이 가장 원하는 휴가는?”
1.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그와 단 둘이 지내기
2. 파리에서의 주말
3.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
4. 아프리카에서의 사파리

뭐, 이런 류의 질문들 수십가지 중에 몇 가지를 골라서 상대방에게 보내는거다. 그럼 상대방도 이런 류의 질문들을 보내고, 다음 단계는 단답형,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짧은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질문들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취향이 비슷한지, 가치관이 비슷한지를 알아보는거다. 그런 면에서 eharmony가 더 신빙성이 있고 연애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보이기는 하지만, 한가지 단점은 이런 질문단계를 수 명의 상대와 지속해가는 것이 엄청난 시간소모라는 점. 나도 세 명인가와 질문을 주고 받다가 포기해 버렸다. 이건 뭐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머리 아파해 가면서까지 남자를 만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더라.

eHarmony의 프로필 한 컷.

그렇게 한 달 동안 바쁘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가 우연찮게 가까이 있던 한 친구와 연애가 시작되어 나의 온라인 데이팅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달간의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을 통해 느낀 바는 온라인 데이팅이 참 괜찮은 만남의 방법이라는 점이다. 한 친구의 말을 빌자면 온라인 데이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온라인이 아니면 만날 확률이 0 퍼센트에 가까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란다. 사실 그렇다. 같은 도시에 살아도 생활반경이 다르고 친구들이 다른 남자를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미미하다. 그런 점에서 나와 죽이 잘 맞지만 어디 있는 모르는 상대를 온라인으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데이트를 통해 결혼까지 골인하는지 궁금하다. 자세한 자료를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내 추측으로 한국에선 아직 온라인 데이트는 그냥 심심풀이로 해보는 것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