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선 온라인 데이트가 강세

By | July 19, 2010

한국에선 아직 온라인 데이트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은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 가입한 한 친구에게 들은 바, 섹스 상대를 찾고자 하는 남자들 아니면 여자친구를 만들어보려는 유부남들이 득실득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에도 섹스가 목적인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아직까지 결혼상대나 진지한 연애를 상대를 찾으려는 사람들은 지인을 통한 소개나 선, 아니면 결혼정보 회사를 통하는 것이 보편적인 한국에 비해, 미국에선 온라인 데이트로 짝을 찾는 사람들이 길가다가 발에 치일 정도로 흔해졌다. 내가 직접 아는 친구나 회사 동료들 중에 온라인으로 만나 결혼한 커플들이 벌써 여섯 쌍이니 말이다.

서른 세 살이 되던 봄, 나도 이대로 있다가는 짝없이 혼자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절박감이 밀려 닥쳐왔다.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도 못만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어느 날 밤, 인터넷에 들어가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 두 곳에 가입하고는 프로필을 만들었다. 두 사이트는 match.com과 eharmony.com. 가장 회원수가 많고 널리 알려진 사이트들이라 일단 그 두 곳에 가입했다.

두 사이트 모두 가입과 회원검색은 무료이지만,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이메일을 보내려면 회원비를 내야했다. match는 회원비를 내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윙크를 보낼 수가 있어 일단 match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둘러보기 시작했다. 우선 검색 조건을 내가 사는 도시로 한정하고, 나이, 직업, 연봉, 키, 체격조건, 종교, 자녀유무, 인종 등등 수십가지의 검색 조건들을 선택한 후 검색을 시작했다. 특별히 마음에 쏙 와닿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는 사람은 몇 명 있었는데, 첫날인지라 일단 둘러보는 것에 만족하고는 로그 아웃.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에 이메일을 체크했더니 match의 남성 회원들로부터 열 통 정도의 이메일이 와있었다. (오호호..) 그 중엔 60세의 영감님도 계셨고, 23살짜리 영계도 있었고, 그야말로 각양각색의 프로필들이었다. 짧게는 한 문단에서부터 길게는 한 페이지가 꽉차는 이메일까지, 이메일의 내용과 스타일도 각각. 그렇게 며칠 동안 하루에 수통의 이메일을 받던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는 근처 학교의 교수였는데 구글로 조회해 보니 거짓말은 아니고 학생들과 찍은 사진도 학과 사이트에 올라와 있기에 신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믿을 수가 있었다. 결국 그와 세 번을 만나 저녁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세 번 만나는 동안 영 필이 안 꽂혀서 세 번째 만남 이후에는 계속 바쁘다는 핑계로 약속을 거절했더니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았다. 그 말고도 만나서 커피를 마시는 정도로 끝난 두 명의 남자들이 있었고..

eharmony는 match보다 좀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상대방과 직접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가 있었다. 3-4단계에 걸친 질문과 답변을 모두 마쳐야하는데 첫 단계는 사지선다형의 질문들, 예를 들면,

“당신이 가장 원하는 휴가는?”
1.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서 그와 단 둘이 지내기
2. 파리에서의 주말
3. 미국 횡단 자전거 여행
4. 아프리카에서의 사파리

뭐, 이런 류의 질문들 수십가지 중에 몇 가지를 골라서 상대방에게 보내는거다. 그럼 상대방도 이런 류의 질문들을 보내고, 다음 단계는 단답형,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짧은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질문들을 주고 받으면서 서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취향이 비슷한지, 가치관이 비슷한지를 알아보는거다. 그런 면에서 eharmony가 더 신빙성이 있고 연애가 성사될 확률이 높아보이기는 하지만, 한가지 단점은 이런 질문단계를 수 명의 상대와 지속해가는 것이 엄청난 시간소모라는 점. 나도 세 명인가와 질문을 주고 받다가 포기해 버렸다. 이건 뭐 시험보는 것도 아닌데 머리 아파해 가면서까지 남자를 만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더라.

eHarmony의 프로필 한 컷.

그렇게 한 달 동안 바쁘게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가 우연찮게 가까이 있던 한 친구와 연애가 시작되어 나의 온라인 데이팅은 흐지부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한 달간의 경험과 주변 친구들의 경험담을 통해 느낀 바는 온라인 데이팅이 참 괜찮은 만남의 방법이라는 점이다. 한 친구의 말을 빌자면 온라인 데이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온라인이 아니면 만날 확률이 0 퍼센트에 가까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란다. 사실 그렇다. 같은 도시에 살아도 생활반경이 다르고 친구들이 다른 남자를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확률은 미미하다. 그런 점에서 나와 죽이 잘 맞지만 어디 있는 모르는 상대를 온라인으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데이트를 통해 결혼까지 골인하는지 궁금하다. 자세한 자료를 본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내 추측으로 한국에선 아직 온라인 데이트는 그냥 심심풀이로 해보는 것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듯한데…

9 thoughts on “미국에선 온라인 데이트가 강세

  1. 도플겡어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뭐랄까… 하루노는 개념이 강하다 보니깐
    퇴폐적인 성격을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저번에 호기심을 참지못하고 만남주선 사이트에 유료결재를 하고 들어가보았는데 몸캠이니 조건만남이니 이런 것들만 있더군요.

    한국에서는 애초에 첫걸음을 잘못디딛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솔직하게 난 원나잇사이트요. 라고 말할 정도가 되지 못하는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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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녀 Post author

      @도플갱어: “나는 원나잇사이트요”라고 하면 그냥 내버려두지 않겠죠. 법적으로 제재가 있지 않을까요? ㅎㅎ
      미국에선 Craigslist가 그런 식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로 많이 이용되고 있더군요.

      @결혼골인: 오오.. 축하합니다~~ 댓글도 감사하고요.

      @sky: 미국에서도 직장생활로 바쁜 사람들은 연애하기 힘들어 하는건 마찬가지인듯 해요. 우리나라 같이 ‘선’이라는 제도가 있는것도 아니구, 결국엔 친구소개 아니면 자기가 알아서 찾아야 하는거죠. 친구소개보다는 온라인이 더 부담이 없어서 그런지 온라인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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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결혼골인

    저도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까진 아니지만 인터넷으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 번갯불에 콩궈먹듯 결혼에 골인했어요.

    국제커플이니 온라인 아니었음 만나지 못했겠죠?

    장난스레 쪽지를 주고받다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국제연애를 하다 일년 넘게 결혼생활을 하면서 정말 이사람 안만났으면 어땠을까 한답니다. 천생연분 커플 소리 들으면서 잘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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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sky

    하하 ^^ 위에
    > 결혼 골인님 너무 부럽네요.
    > 솔직녀님도 이런 글 올려주셔셔 넘 감사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 실제, 한국에서 온라인만남이 아주 이상한 분위기가 풍기는 반면 여기 미국에선 또 이런 면이 있었네요. 제 생각으로 어떻게 보면 여기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가 더 쉬울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가보네요..^^: 다들 너무 바쁘서 그런건지.. 암튼 재미있는 글 잘 보고 갑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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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Wasabi

    안녕하세요 오늘 블로그 발견해서 재밌게 읽고있는 중이에요^^ 전 중국계 캐네디언 남자친구랑 온라인에서 만나서 1년째 연애중이에요~ 정말 일상생활에선 만날 가능성 1%도 없었던 사람인데 서로 죽이 너무 잘맞아요. 언젠가 eHarmony인가 공동설립(?)하신 여성 anthropologist의 강의를 들었는데 (진짜 재밌어요: http://www.youtube.com/watch?v=BEHHKV-xkFw), A와 B가 서로 맞는지 알아보는 질문들이 그냥 랜덤하게 만든 질문들이 아니라, 사람의 성격을 네가지 기본적인 성향으로 구분하는 설문조사더라구요~ 요런걸 보면 온라인 데이팅이 work하는 이유가 있는것 같아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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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녀 Post author

      비디오 재밌게 잘 봤어요. eHarmony는 다른 온라인 데이팅 사이트들과는 차별화 되어있죠. 이런 연구조사를 바탕으로 짜여진 사이트니까요. 저도 싱글일적에 해봤는데 좋은 점도 있지만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쫌 쎄고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는 점이 저로선 좀 부담되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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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elena

    요즘 너무 사는게 심심해서 온라인 데이팅 생각중인데 혹시 북미에 오래사신 분이 남기신 글이 있을까해서 검색해구 여러가지 글들이 재밌어서 페북에서도 찾아서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글이 많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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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elena

      아 지금보니 리플에 리플을 달았나요? -.-;;;; 지우기도 그러니 그냥 남겨 놓을께요 ㅎㅎ
      그리고 페북으로 보다보니 끊긴 옛날 글들도 위에 타이틀 누르니 쭉 나와서 관심있는 글을을 많이 봤습니다!
      처음에 연애하기 위해 결혼한다는 제가 늘 고민하고 제 친한친구가 얼마전에
      연애감정이 없어져서 이혼을 하고 싶다고 상담을 해와서 굉장히 공감이 되네요..
      저랑 너무나 비슷하게 생각을 하시고 제가 했던/했을법한 말들을 많이 하셔서 흠칫흠칫 놀랐습니다ㅎ
      친구들과 얘기하듯이 쓰신 글의 스타일과 내용때문인지 솔직녀님은 저를 모르셔도 왠지 저는 친구까지는 몰라도 주변의 친한 지인 같은 느낌이네요ㅎㅎㅎ
      솔직녀님이 분명 잘 맞추시는 것도 있겠지만 나를 나로 받아들여주고 내 문화를 알아가는 것을 재미있어 하시는 분을 만나신 걸 보면서 저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
      여러모로 유익했고 공감이 많이 갔고 빵터져서 웃을 것도 많네요
      블로그가 잘 계속 운영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빕니다ㅠㅠ
      이제 곧 미국최대의 연인이벤트날인 발렌타인두 알콩달콩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p.s. 혹시 다른 blog 거들 (Seth 라던가) 을 추천해주시는 포스팅 해주시는 건 어려울려나요?
      생각보다 정보의 홍수에서 제 취향/꾸준히 하시는 블로거님들의 블로거 찾는게 쉬운건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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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솔직녀 Post author

        댓글 감사합니다~ 미국에 계신가 보죠? 발렌타인데이는 저희 부부에겐 그냥 뭐 그런 날? 제가 워낙 기념일, 명절 같은거 챙기는걸 귀찮아해서요. ㅎㅎ
        Seth라면 Seth Godin 말씀이신가요? 저도 그 분 블로그는 자주 들어가보는 편이구요. 그 밖에는 특별히 정기적으로 찾는 블로그는 대부분 일하고 관련된 것들이라 이 블로그의 성격과는 좀 맞지 않을것 같네요. 어떤 타입의 블로그를 원하시는지 혹시 알려주시면 제가 좀 도움을 드릴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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