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S와 나에게 꽤 바쁜 주말이었다. 브런치 모임과 오후 약속, 그리고 저녁 약속까지..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대여섯개의 약속과 할 일들이 줄줄이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중간 중간 한 두 시간이 비는 때가 있었다. 그럴 때 만약 혼자라면 윈도우 쇼핑을 하거나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수다를 떨거나 할텐데, S는 누가 남자 아니랄까봐 은근히 quickie (짧은 시간내에 하는 섹스)를 원하는 눈치였다.
S: 음.. 저녁 먹으러 갈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남는데.. 뭐하고 싶어?
나: 글쎄.. 애매하네…
S: (눈을 찡긋거리며) 애매할 때 할 수 있는거 있지~~
나: 흠…
S: 왜..?
나: 그거하고 나면 머리도 다 헝클어지고 화장도 다시해야 되는데.. 그럴 시간 없단말야.
S: 엥??
여자분들은 이해하시리라. 여자에게 머리 스타일과 화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남자들 눈에는 비슷해보여도 여자 본인의 눈에는 삐져나온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이 다 보이게 마련이고, 쬐금 떡진 화장 때문에 하루 종일 일이 안 될때도 있다. 나는 유난히 화장을 많이 하고 다니는 스타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누굴 만나러 나갈 때에는 적어도 내 눈에 괜찮아 보일 정도로는 꾸미는 편이다. 그래서 약속이 많았던 지난 주말에도 나름 단정해 보이려고 머리도 손질하고 화장도 했는데, 한바탕 섹스를 하고 나면 머리는 산발이 될 것이며 화장은 다 지워질 것이 뻔하니.. 당연히 S의 눈짓에 머뭇거릴 수 밖에.
그럴 때마다 남자들은 참 편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냥 화장하지 말고 머리도 있는 그대로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다가도, 그런 내 모습보다 단정하고 조금은 신경써서 꾸민 내 모습을 볼 때 훨씬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고보니 오래 전에 한국에서 연애를 하던 시절, 남자친구와 모텔에 들어가 한 두 시간 섹스를 하고 나서 머리와 화장을 어찌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아마도 그 때는 어려서 화장이 지워져도 별로 티가 나지 않았던게 아닐까. 머리도 파마 기운이 있어 관리하기 수월했던 것 같고.. 흠.. 다시 머리를 길러서 언제든 뒤로 질끈 묶을 수 있게 해야하나..
S가 그와의 섹스가 싫어서가 아니라 머리와 화장이 망가지는 것이 싫어서 섹스를 하고 싶지 않다는 내 기분을 이해했을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 해주었지만… Waterproof 화장품이 아니라 Sexproof 화장품이 필요할 것 같다.
August 27, 2010 at 5:47 am
메이크업을 아예 안쓴지 7 개월째 되가네요. 남침과 첫 데이트때 한번 화장 하고.. 그이후로는 쭉 안해온것 같아요. 남친이 생얼을 좋아해서 (화장 옷에 묻는걸 싫어함) 그냥 그대로 보니까.. 뭐 편하긴 한대.. 근데 너무 긴장을 늦추었나요? 심지어 다리털도 안깍고.. 샤워도 안하고.. 그냥 둘이 있을때는 나체로 늘 보내요. 그러다 보니까 옷을 입은 날은 남친이 놀라요. ㅋㅋㅋ
August 27, 2010 at 9:10 am
@스물살 사랑: ㅋㅋㅋ 옷 입은거 보고 놀랄 정도면 좀 심한거 아닌가요? ㅎㅎㅎ 제 남친도 생얼도 예쁘다고 항상 그러지만 막상 제가 화장 잘하고 나오면 예쁘다고 꼭 칭찬하더라구요. 남자들은 생얼과 화장한 얼굴 잘 구별 못하는 것 같아요. ㅎㅎ
평소엔 편하게 지내다가 가끔씩 예쁘게 꾸민 모습을 보여주면 남자친구도 더 좋아할거 같은데요…
August 11, 2010 at 5:23 pm
저 완전 공감하고 혼자 뿜었답니다. 회사에서 잠시 짬이있는시간에 가끔 들어와 읽어보는데…ㅋㅋ sexproof화장품에서 혼자 빵 터졌어요..ㅎㅎㅎ 솔직녀씨는 블로그의 내용도 굉장히 배울부분이나 얻어갈것들이 많은걸 제외하고도 굉장한 어휘력을 가지신것같네요. 항상 잘 보고가요^^
June 14, 2010 at 11:48 am
재밌는 글이네요 ^^ 풉 ㅋㅋㅋㅋㅋㅋ sexproof!!!
진짜 산발 되죠 ㅋㅋ 저는 염색해서 머리끝이 상해있는 편인데
꼭 뜨거워지고 나면 (?) 머리가 엉켜있더라구요. ㅠ.ㅠ
하는건 좋은데 머리상태가 너무 안좋아져요 ㅋㅋ
June 14, 2010 at 5:16 pm
그래서 진지하게 머리를 기를까 생각중이랍니다.
June 13, 2010 at 10:57 am
블로그 쭉 읽다가 갑자기 궁금해진건데요, 외국인이랑 사귀어도 소위 ‘밀당’ 을 하나요?
서로 여친/남친 하겠다고 확실히 정해지기 전 말구요, 확실히 exclusive 하겠다고 정하고 나면 막 일부러 전화 안하고 문자 씹고 떠보는 등등의 ‘밀당’ 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June 12, 2010 at 12:59 am
전 울어도 안 지워지는 화장이 나왔으면 좋겠어용
June 13, 2010 at 9:23 pm
@rose: 울 일이 많지 않으시길 바래요..ㅎㅎ
@banya: 음.. 확실하게 남친/여친 사이가 되고 나면 밀고 당기기는 덜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일부러 연락을 안한다던가 씹는다던가 하는 ‘유치한’ 밀고 당기기는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상대방의 혼자시간을 인정해주고 상대방에게 너무 매달리지 않는 여유를 보여줄 필요는 있답니다. 커플이 됐다고 너무 자주 연락하는 상대에게 매력을 느끼는 미국사람들은 드물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