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뿐이 남동생의 결혼식에 S를 데리고 가겠다고 부모님에게 말씀드렸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약간 뜨뜻미지근 했다.

엄마: 결혼식에 데리고 온다구?  왜?

나: 왜긴. 남자친구니까 당연히 가는걸로 자기가 생각하던데.

엄마: 미국에선 결혼식에 그렇게 같이 가는 일이 흔해?

나: 남자친구면 보통 가족 결혼식에 같이 가지.

엄마: 그래..?  아니.. 여기선 그렇게 결혼식에 데려오면 둘이 결혼할 사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하는데, 그래도 괜찮은거야?

나: 어.. 우리도 안 그래도 결혼 얘기하고 있어.

엄마: 그래.. ?

엄마와 그런 전화통화를 나눈 뒤, 엄마는 당연히 아빠께 이 얘기를 하셨을테고, 그 뒤로는 부모님의 S에 대한 관심이 열 배로 증폭했다.  나는 S에게 미리 경고를 했다. 한국에선 거의 결혼할 사이가 아니면 가족 결혼식에 남자친구를 데려가지 않는다, 네가 내 동생 결혼식에 오면 보나마나 모든 일가친척들이 우리가 결혼할 사이라고 생각하고는 이것저것 물어볼거다, 그러니 마음에 준비를 해둬라. S는 자기도 이미 그런 질문공세를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동생의 결혼식은 우리가 서울에 도착한 날로부터 일주일 뒤였다. 신부 대기실에서 사진찍는거 구경하는 동안, 내 외삼촌 한 분이 일찍 신부 대기실에 오셨다.  삼촌에게 S를 소개시켜드렸더니 삼촌은 영어로 ‘Nice to meet you’ 하셨다.  영어 번역을 꽤 오래하신지라 영어로 대화가 어느 정도는 가능하시다고 생각하신 삼촌이 S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셨다.

삼촌:  When did you come to Seoul? (서울엔 언제 왔니?)

S: Monday

삼촌: Is this your first time in Seoul? (서울엔 처음 온거니?)

S: Yes.

삼촌: When are you going to marry her? (언제 결혼할거니?)

S와 나: (그럴줄 알았지) ….

부모님과 내가 식장에서 손님들의 인사를 받고 있는 동안  S는 구석에서 사람들 구경을 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엄마가 친한 친척들과 친구들에겐 내가 미국놈을 하나 데려온다고 얘기를 해 놓으셨는지 다들  “얘, 니 남자친구는 어딨니? 여기 와서 인사받으라고 해야지.”  이러시는거다…   부모님 친구분들 중에 미국 유학을 하시고 미국에서도 한동안 사셨던 몇 분들이 영어로 이것저것 물어보시기 시작하셨다.

What do you do? (무슨 일을 하니?)

S: I’m a software engineer.

How long have you dated? (사귄지 얼마나 됐니?)

S: About 15 months.

When will you marry her? (결혼은 언제 할거니?)

예상한대로 모든 분들의 세 번째 질문은 ‘When are you going to marry?’ 였다… 그래도 외국물을 좀 드신 분들이라 첫 번째로 그 질문을 하지는 않으신듯하다.  S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내년 중에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흠..

시종일관 사람들의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하는 S의 모습에 모든 분들이 호감을 느끼신 듯 했다. 역시 웃는 얼굴에 침뱉으랴라는 말은 진실이다. 게다가 S의 콤플렉스인 작은 키가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했다.  많은 분들 왈,  “얘, 미국인같지 않고 굉장히 동양적이다. 체구도 별로 안커서 부담도 안되고, 사람이 아주 편하고 좋구나. ”  허걱.. 이건 칭찬인지 뭔지..

신랑 신부는 일단 결혼을 하니까 끝난 것이고, 손님들의 관심은 남아있는 싱글들을 어떻게 짝지워서 보내느냐인듯 했다. 이래서 결혼식가는 것이 그렇게 싫었구나, 새삼 그 기분을 다시 되새기게 되었다. 다행히 이번엔 남자친구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화살을 피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미국 결혼식과는 많이 다른 한국 결혼식 분위기에 S는 잘 적응하는듯 했다. 결혼식이 진행되는 중에 불쑥불쑥 던진 질문들 중에 내가 가장 답하기 애매했던 질문은 – 왜 결혼식에 주인공 (신랑 신부)보다 도우미들이 더 많아? – 그 날 결혼식 무대엔 적어도 세 명의 도우미, 세 명의 사진사가 왔다갔다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뭐 그런 저런 몇가지 신기한(?) 점들을 제외하곤 한국 결혼식이나 미국 결혼식이나  예식 자체는 크게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느꼈다.

내가 가장 크게 마음이 찡했던 순간은 사실 내 동생이나   S와는 전혀 상관없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마무리하면서 사돈댁 분들과 잘 가시라는 인사를 나눌 때였다. 신부 어머니께 안녕히 가시라는 인사를 드리기 위해 손을 잡았는데, 이러시는거다.

“우리 애, 예쁘게 잘 봐주세요…”

그렇게 말씀하시는 어머니 눈에서 약간의 물기를 느낄 수 있었다.

아, 이런게 딸 시집보내는 어머니 마음인가 보다. 난 아무 생각없이 그냥 동생 결혼식이라 룰루랄라 온 것 뿐인데, 사돈 댁엔 내가 무서운 시누이로 비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웬지 가슴이 뭉클해지는거다.  결혼한 한 후배가 했던 말,  ‘언니, 시누이는 그냥 모든 일에 빠져주는게 최고야.’ , 그 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어쨋거나 S와 나는 내년엔 결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