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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결혼식 가는 것이 즐거운 이유
March 7th, 2010 | 9 Comments
동생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에 갈 날이 한 달 남았다. S는 이번 여행이 첫 한국행인데다가 결혼식까지 참석하게 되어 무척 들떠있다. 어제도 저녁을 같이 먹은 친구 부부에게 한국여행에 대한 기대, 총 20시간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에 대한 걱정, 장거리 비행에서 내리자마자 우리 부모님을 만나 이쁘게 보여야한다는 부담감 등등에 대해 노가리를 깠다. 친구 부부는 브라질 남자와 미국 여자 커플인데, 한국의 결혼식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한국 결혼식엔 들러리가 있니?
결혼식은 어떤 순서로 진행이 되니?
피로연 음식은 주로 어떤 음식이니?
결혼식은 어디서 열리니? 다들 교회에서 하니?
등등등…
그들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면서 한국의 결혼식이 미국이나 다른 서양나라들의 결혼식과는 참 많이 다르구나 새삼 느꼈다. 한국에선 결혼식만 갔다오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가도 사라지는 나였는데 미국에 사는 동안 6번의 결혼식에 참석하면서 미국식으로 결혼식을 하면 할만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결혼식을 갈 때마다 이렇게 결혼식을 할거면 왜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결혼식 자체엔 별 관심도 없는 듯, 식이 끝나기도 전에 밥먹으로 몰려가서는 밥먹자마자 후다닥 사라지는 하객들이 일반적이고, 하객들 중 절반은 신랑 신부와 직접 아는 사람들도 아니고, 심한 경우 돗대기 시장 같은 분위기는 정말이지 아니다 싶었다. 웨딩드레스 입고 사진찍고 나면 다인듯한 결혼식, 차라리 생략하고 그 돈으로 신혼여행을 거하게 가는 것이 낫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랬던 내가 미국 결혼식에 초대받아 다녀보면서 결혼식 기피증은 완전히 사라지고 오히려 결혼식 가는 것을 즐기게 되었다. 그 이유는?
1. 미국 결혼식은 초대받은 사람들만 갈 수 있다.
한국의 청첩장은 초대장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결혼 안내통지서 같은 역할을 하는 반면, 미국의 결혼 초대장은 그야말로 초대장이다. 일단 보내는 대상 선정부터 다르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회사 사람들에게까지 뿌려지는 한국의 청첩장과 달리 미국 결혼식의 초대장은 신랑신부가 신중하게 고른 사람들에게만 보내진다. 그래서 결혼식 초대를 받는 것은 일종의 영광인 셈이다.
초대를 받은 사람은 정해진 날까지 참석여부를 반드시 알려주어야 한다. 그 이유는 미국 결혼식에선 참석하는 하객들의 숫자에 맞춰 음식과 술이 준비되고 그에 따라 지출내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보통 결혼식 초대장은 받은 사람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참석을 미리 계획할 수 있도록 결혼식 두 어달 전에 보내진다.
2. 결혼식보다 피로연 위주다.
이렇게 신중하게 선택되어 초대받은 하객들인지라 거의 대부분은 결혼식과 피로연 모두 참석한다. 피치못해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하고 피로연에만 참석하는 하객들은 자주 있는 반면, 결혼식만 참석하고 피로연에는 참석하지 않는 하객은 거의 못봤다. 그만큼 미국 결혼식은 피로연이 주가 된다. 결혼식 자체는 사실 한국보다 간단하고 종교 예식이 아니면 보통 30-40분만에 끝난다.
결혼식 끝나면 우르르 가서 아는 사람들끼리 몰려 앉아 밥먹는 한국의 피로연과는 달리, 미국의 피로연은 그야말로 큰 파티다. 그래서 이브닝 드레스나 칵테일 드레스 (쉽게 말하면 꽤 노출이 되는 드레스)를 입는 여성 하객들도 흔하다. 신랑 신부가 파티장에 도착하기를 기다리면서 하객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데, 내가 갔던 모든 피로연에선 술은 무한정 마실 수 있었다. (흐흐…)
하객들은 신랑 신부가 미리 정해놓은 좌석에 앉아야 한다. 보통은 가족 친지들 테이블, 친구들 테이블, 이런 식으로 뭔가 공감대가 있는 사람들을 같은 테이블에 앉힌다. 역사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싱글인 친구나 친지들을 한 테이블에 모아 앉혀놓는 경우도 종종 봤다.
한 시간도 안되는 예식에 비해 피로연은 최소 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까지도 계속된다.
3. 남녀노소 어울어져 음악과 춤을 즐긴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 결혼식에 대해 가장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결혼식 피로연에 춤이 없다고 하면 다들 눈을 땡그랗게 뜬다. 엥??
춤추는 걸 무지 싫어하는 내 친구는 미국에서 결혼식을 하면서 한국식으로 춤이 없는 피로연을 하기도 했지만, 99프로의 미국 피로연엔 디제이나 밴드가 등장하고 신랑 신부, 하객들이 다 같이 광란의 춤파티를 즐긴다. 춤을 좋아하는 나로선 당연히 결혼식에 초대받는 것이 기쁠 수 밖에.
특히 피로연은 신랑 신부에겐 결혼식 준비와 식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다. 얌전하고 다소곳한 모습만 보여주는 한국의 신부와는 달리 미국 신부들은 피로연에서 누구보다 떠들썩하고 춤도 제일 열심히 춘다. (물론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정도차이는 당연히 있지만..)
4. 하객에게 남는 장사다.
한국에서 참석했던 결혼식 중에 내가 낸 축의금의 값을 한 식사를 대접받았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론 축의금을 내면서 꼭 그만큼을 되돌려 받아야지 하고 생각하는 손님들은 별로 없지만, 그런 이유로 한국 사람들에겐 청첩장을 받는 것이 그다지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한국 결혼식이 혼인 당사자들에게 남는 장사라면, 내 경험으로 미국 결혼식은 하객에게 남는 장사다. 미국에선 많은 하객들이 축의금 대신 선물을 주는데, 보통 결혼식에 참석하기로 한 사람들에겐 신랑신부가 원하는 선물 목록과 원하는 가게 리스트가 보내진다. 그 리스트에서 골라 선물을 하면 된다. 부자들의 경우 하객들도 비슷한 레벨의 사람들이라면 선물 리스트도 꽤 비싼 품목들로 가득하겠지만, 중산층인 내 친구들이나 친척들의 선물 리스트는 30~100불 (3만원-10만원?) 정도의 품목들이 대부분이었다.
50-60불짜리 선물을 한다치자. 그리고 피로연에 가서 무한정 술을 마실 수 있고 괜찮은 디너 대접받고, 춤추고 놀고, 파트너도 동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신랑 신부의 결혼식 참석자 명단에 남아 평생 그들의 추억 속에 자리할 수 있다는 점. 내 생각엔 50-60불이 아깝지 않은 하루다.
—
부모님 위주의 결혼식에서 벗어나 본인들 위주의 이벤트식 결혼식을 하는 한국의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한국의 결혼식은 어차피 서양식의 결혼식 문화가 들어와 한국화 된 것이라 어떤 식이 정식이고 표준인지 애매한 상태에 이르른 것 같다. 뭐, 두 사람이 좋은대로 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예식장이나 결혼이벤트 회사들이 ‘이거 아니면 안된다’식의 상술을 펼쳐 신랑 신부가 원하는대로의 결혼식이 무지 힘들어 보인다는 점이다.
내 동생의 결혼식은 어떤 식일지 궁금하기만..
Filed under: 사는 이야기 · Tags: 결혼, 결혼 선물, 결혼 피로연, 결혼식, 미국 결혼식, 미국 결혼식과 한국 결혼식의 차이, 청첩장, 축의금, 춤이 없는 결혼식, 피로연, 한국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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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읽는 저도 가고 싶어지는 결혼식 문화네요!!!
일본도 약간 그런 문화던데.. 좀 바뀌면 좋겠어요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
가장 큰 차이는 한국 결혼식의 주인이 신부신랑의 ‘부모’들인데 반해, 서양 결혼식의 주인은 신부신랑의 당사자들이라는 거죠.
그리고 하객들한테는 좋겠지만, 당사자들 입장을 생각해보면;; 좀 과장해서 집값 날아갑니다..
결혼식 관련 사치/낭비/과도경쟁 문제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하객들 입장에서도 곤란할 수 있는게, 한국과는 달리 결혼식에 초대받고 안가면 거의 인연을 끊겠다는 소리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한국이었다면 친구 부탁해서 부주금만 내면 되는데 말이죠.
예를 들어 뉴욕 사는 친구한테 하와이에서 하는 결혼식에 초대한다던가..
그럼 꼼짝없이 휴가내서 자기 돈으로 비행기표 사서 날아가야 됩니다.
결혼식 나와서 물어보고싶은건데요.. 전 미국남자친구와 6년째 연예중이고 2년뒤에 결혼을 생각하고있습니다. 남자친구가 결혼식할때 돈은 무조건 다 여자쪽에서 낸다는데..(피로연까지요..)
한국사람들한테 물어보니 양쪽에서 나눠서 낸다는소리도있고..
혹시 어떤게 맞는건지.. 알려주세요~
저도 결혼을 한다면 한국스럽지 않은 결혼식을 하고 싶어요. 남편이 될 사람과 이야기해서 만들어나가는 우리들만의 결혼식…. 하지만 지금은 연애가 좋답니다. 결혼은 아직 먼 이야기 ㅎㅎ 아직 20대 중반이라서.. 하고싶은게 많아서요 ~
@아이: 일본 결혼식도 그렇군요.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는 조만간 바뀌기 힘들겠죠.. ^^;
@….: 한국 결혼식보다 돈이 많이 드는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렴하게 결혼식을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도 있죠. 한국에 비하면 사치/낭비/과도경쟁은 덜한 편이구요. 초대받고 못간다고 해도 인연을 끊는다는 걸로 받아들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네요. 오히려 초대를 안해주면 섭섭하게 생각하는 편이구요. 전 친구/후배 결혼식에 제 돈주고 비행기표 끊어서 두 번 참석했는데요, 그래도 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오히려 덕분에 다른 도시 방문할 수 있어서 더 좋았죠.
어느 결혼식이든 장단점이 있게 마련이겠지만, 하객의 입장에서 볼 때는 한국 결혼식만큼 참석의 의미가 없는 결혼식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질문이요: 미국에선 신부 부모님이 결혼식과 피로연을 부담하는 것이 전통식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신랑 신부가 나누어 부담하기도 한다고 해요. 게다가 패키지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한국식과 달리 미국에선 각각의 아이템을 따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아 이래저래 자잘하게 돈 들어가는 일이 많지요. 일단 돈 들어가는 것들의 리스트를 뽑아 신랑 신부가 어떻게 부담할 것인지 미리 계획을 한다고 하더군요. 구글로 who should pay for the wedding 검색해 보시면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실 수 있을거예요. 신랑댁에 가는 예단이나 돈이 없는 대신 결혼식을 신부가 부담하는 걸로 볼 수도 있겠네요.
@sparrow: 20대 중반이시면 아직 서두르실 필요는 없겠네요. 결혼하기 전에 하고 싶은거 다하세요!! ㅎㅎ
남친과 결혼 계획하고 있는데요.
저도 공연장이나 식당 같은데 빌려서 간단한 핑거푸드 먹고 맥주마시고
그런 파티로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의 결혼식은 절대로 신랑신부가 주인공이 될 수 없더군요.
첫번째 주인공은 신랑신부의 부모님, 두번째 주인공은 각 집안 어르신들입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의 결혼식은 어른들에 대한 예의라고까지 말하는 분도 봤어요.
그런 곳에 돈써야 하는게 참 씁쓸합니다.
피곤하고 돈나가고.. ㅠㅠ
@흰둥이: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결혼식이 미국식으로 될 수는 없을거라고 봅니다. 반드시 미국식 결혼식이 더 좋다고만은 볼 수도 없구요. 양쪽이 다 장단점이 있는건 사실이예요.
하지만 신랑신부 입장에서 볼 때 미국식 결혼식이 더 기억에 남고 뜻깊은 자리인것은 부인할 수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