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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취업과 결혼의 공통점

새 직장을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 지난 며칠동안 두 개의 오퍼를 놓고 머리 아파하다가, 어제 결정을 내리고 오퍼에 사인해서 우체통에 넣었다. 지난 주 동안 블로그 포스팅이 좀 뜸했던 이유도 인터뷰에, 이것 저것 생각할 일이 많아서였다. 이제 가벼운 마음으로 지난 한 주간 느꼈던 것을 써봐야겠다.

열흘동안 두 회사와 네 번의 인터뷰를 거치면서 취업의 과정은 결혼에 이르는 과정과 참으로 비슷하다고 느꼈다.

1. 인터뷰 vs. 소개팅

물론 이런 질문은 곤란..

인터뷰[소개팅]에서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얼굴에서 미소를 잃지 않고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화 중 적절한 질문을 던지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회사[상대방]와 내가 맡을 업무[상대방이 원하는 배우자]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면 인터뷰어는 ‘아, 얘가 우리 회사[나]에 정말 관심이 많구나’라고 생각해서 좋아한다. 너무 딱딱하고 긴장된 모습보다는 자신감있고 여유있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인터뷰어[소개팅 남녀]가 인터뷰[소개팅]를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지원자[상대방]의 대화능력과 성격이다. 기술직의 테크니컬 인터뷰[중매장이에 의한 선자리]에서는 물론 아주 테크니컬한[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을 하지만, 그렇다해도 같은 대답을 어떻게 하는가에서 당락이 갈리기도 한다.

2. 있는 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내가 새 직장을 알아보기 시작한건 작년 여름부터였다. 작년 가을에 몇 회사와 인터뷰를 하고 낙방을 먹은 뒤 겨울내내 인터뷰 요청을 한군데에서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헤드헌터에게서 전화를 받고 모회사와 전화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회사 오피스에 가서 여섯 명과 2차 인터뷰까지 하고 나니 이 회사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부쩍 들었다. 그리곤 오퍼를 받았다. 난 당연히 기쁜 마음에 오퍼를 수락할 일만 남았구나 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내가 한달도 전에 지원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인터뷰를 할 생각이 있냐고.

이미 오퍼를 받은 상태라 엄청 편한 마음으로 인터뷰 준비도 별로 없이 전화인터뷰를 했다. 그래서 일부러 질문도 많이 했다. 그랬더니 인터뷰어가 매우 관심있어하는 눈치였다. 내가 이미 다른 오퍼를 받은 상태라고 했더니 당장 내일 회사로 와서 인터뷰를 하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 여전히 나는 여유있는 자세로 마치 내가 인터뷰어가 된 양 회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두 인터뷰어는 나만큼 질문을 많이 하는 지원자는 없었다면서 은근 좋아하는 눈치였다. 그리곤 그 회사로부터 다음날 오퍼를 받았다.

취업과 마찬가지로 이상하게도 남자가 없을 때는 가뭄에 콩나는 것보다 없다가, 한 남자가 관심을 보이면 꼭 다른 남자가 생긴다. 있는 자의 여유랄까, 있는 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달까, 회사들은 이미 다른 회사에서 잘 나가고 있는 직원을 탐내고, 사람들은 인기있는 이성을 탐내는 심리는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3. 선택은 항상 힘들다

두 오퍼를 놓고는 한동안 고민을 했다. 두 오퍼를 간단히 비교하자면 오퍼 1은 연봉이 오퍼 2에 비해 꽤 낮은 반면, 내가 원하는 회사 분위기에 내가 관심있는 분야의 회사이고, 오퍼 2는 높은 연봉이지만 회사나 팀의 분위기가 어떨지 감을 잡기 힘들었고, 휴가일수가 너무 작았다.

둘 중 한 오퍼만 받았더라면 주저하지 않고 수락했을테지만, 두 오퍼를 동시에 놓고 보니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엔 연봉을 보고 오퍼 2를 선택할까 했다가 하룻밤 동안 곰곰히 생각해봤다. 매일 아침 일어나 두 회사로 출근하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 회사에서 2-3년을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해 봤다. 그리고나니 어떤 모습이 더 행복해 보이는지가 확실했고 더 행복한 내 모습의 회사 (오퍼 1)를 선택했다.

어디선가 읽은 글인데, 어떤 직장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원하는 직장과,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직장 사이에서 고민한다는 것이다. 그 글에선 “당신의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물론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하고 후회하는 경우도 있을테지만, 적어도 그 경우엔 포기한 옵션에 대한 아쉬움이 반대의 경우보단 덜할 것이다.

결혼상대를 고를 때에도 “마음이 가는” 쪽을 선택하라고 조언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돈이 아무리 많고 잘나가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과 결혼해서 5년, 10년을 살고 있는 내 모습을 상상했을 때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면 그가 나에게 맞는 사람은 아닐 거라고.

Discussion

9 Responses to “취업과 결혼의 공통점”

  1. 이 나라의 직장인으로서 또 결혼적령기의 남자로서 많은 부분 공감이 가네요.

    Posted by ferozah | 27. Feb, 2010, 11:25 pm
  2. 저도 2틀후에 인터뷰가 잡혀있는데. 솔직녀님글에 공감이 많이되내요.
    아직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서 걱정이 많이 되요.
    언어 장벽이 있을때는 어떤 자세로 인터뷰를 봐야 될까요?
    저는 그냥 최대한 자신감 있게 보려고 하는데.
    특히 전화 인터뷰는 난감…
    아무튼 좋은글 잘 읽고 있습니다.^^

    Posted by boyteam | 28. Feb, 2010, 8:47 pm
  3. 아~~ 그리고 tip좀 있쓰시면 가르쳐 주세요.
    아직 사회생활 초짜라..ㅎㅎ

    Posted by boyteam | 28. Feb, 2010, 8:51 pm
  4. @boyteam: 최대한 자신감 있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 너무 발음에 신경쓰시지 마시구요, 가능하면 예상 답안을 준비해서 연습을 많이 하세요. 보통 레주메에 적은 경력 중 한 두가지를 찝어 상세하게 설명해보라는 요구를 많이 합니다. 레주메에 있는 내용은 술술 설명하실 수 있게 연습을 하세요. 빨리 말하기 보다는 또박또박 하고자 하는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시구요.

    전화인터뷰가 사실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범 답안을 준비해 놓고 커닝(?)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너무 떨지 않고 한 템포 늦추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질문을 받았을 때 바로 답을 하기 보다는 한 몇 초 뜸을 들이고 생각을 정리한 뒤에 말씀하도록 하세요.

    회사와 직무에 대한 질문도 꼭 준비해 가시구요. 회사 웹사이트에 있는 내용 말구요, 정말 내부인이 아니면 대답하지 못할 질문을 준비하세요.

    인터뷰에 대한 팁 외에 다른 팁은 서서히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 잘 하세요!!

    Posted by 솔직녀 | 01. Mar, 2010, 9:23 am
  5. 정말 와 닿습니다.
    취업과 연애가 참 닮은 점이 많네요…
    특히 마지막 선택할 때, 5년 10년 후 모습을 그려보라는 말씀이
    확 와 닿는데요! +_+

    Posted by 라라윈 | 01. Mar, 2010, 12:02 pm
    • @라라윈: 취업과 연애.. 정말 비슷해요. 특히 인터뷰하면서 그런 생각 많이 들더군요.

      @수염오빠: 빈익빈 부익부는 어디나 통하는가 봅니다.

      @aporia: 당연히 쉽지 않겠지요. 그리고 노력여하에 따라 5년뒤 10년뒤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구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 내가 확신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과연 그 사람과의 미래가 밝을지..

      aporia님도 기운내시고 좋은 한주 보내세요!

      Posted by 솔직녀 | 01. Mar, 2010, 7:49 pm
  6. 재밌는 비교네요. 공감이 갑니다. 특히 있는자의 여유, 그 부분요. ㅎㅎㅎ

    Posted by 수염오빠 | 01. Mar, 2010, 4:59 pm
  7. 그 사람과의 5년후, 10년후가 잘 그려지지 않아요.
    대체로 행복할 것 같다가도, 왠지 아니다 싶기도하고,
    결국 선택 이후에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겠지만요.

    5년을 친구로, 그리고 5년을 연인으로
    이십대를 함께 보낸 남자친구와 헤어졌네요.
    제가 결혼을 망설이자 그 친구가 떠나갔어요.

    글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냥 주절거려 봤어요.
    좋은 한 주 보내시길!

    Posted by aporia | 01. Mar, 2010, 6:5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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