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계가 영화 아바타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상태네, 문화계 윗분들이 왜 우리는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는지 하소연을 하네, 하고 떠들어대는 신문기사들도 이젠 좀 잠잠해진듯 하다. 한동안 아바타 타령을 하던 신문기사들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우리는 아바타 같은 영화를 못만드냐고? 내 참… 비교할 걸 해야지..”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한 10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워 착착 계획대로 실현해간다면 우리도 그런 꿈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왜 우리는 아바타 못만드냐’고 하는 윗분들이 과연 그런 장기적인 투자에 관심이 있는지는 모르겠을 뿐더러, 그 영화가 태어나기까지 소모된 막대한 인력자원을 우리의 교육환경에서 배출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가져봤는지 궁금하다. 더 궁금한 것은 그 분들이 지난 몇 년동안 아바타 말고 다른 훌륭한 헐리우드 영화를 몇 편이나 보셨을까. 오랫만에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터뜨린 헐리우드 영화 한 편을 가지고 우리는 그런 영화 못만든다고 한숨을 쉬는 영화계 분들이나 영화 애호가들이 솔직히 한심스럽다.

아바타 때문에 잠시 잊고 있었던 한국 사람들의 비교 근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사실 비교 근성은 좋게 작용하면 스스로를 자극해서 잘난 남들만큼 잘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만들지만, 역효과를 일으킬 때도 있다. 한국사람들과 한국사회는 이미 비교 근성 때문에 역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후진국이 아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먹고 살 것을 걱정할 정도의 빈곤에서 벗어난지 오래다. 문화적으로는 ‘오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선진국으로 자청해 왔다. 하지만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지극히 낮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높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삶에서 스트레스를 무지 받는다. 그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비교 근성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평생을 남과 전혀 비교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문제는 비교할 필요가 없는 것, 비교하지 말아야 할 것들까지 비교한다는 것이 문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비교의 대상이 없으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이다.

어릴 때는 성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비교되고, 내가 무엇을 잘하고 하고 싶어하는지 발견할 기회도 갖기 전에 엄마의 압력에 의해 공부하는 기계가 된다.
대학을 갈 때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직업이 무엇인지 아리까리 한 상태에서 남들과 부모가 선호하는 학과와 대학을 골라 간다.
졸업 후엔 전공과 맞기 보다는 연봉을 많이 준다는 남들이 좋아하는 직장에 취직하려고 한다.
연애를 하면서 이 상대와 결혼하면 30-40평 아파트에서 사는 친구들만큼 살 수 있을지 따지기 시작한다.

개개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나라도 그렇다. 정책 하나 세울 때도 무조건 외국사례만 가져다가 베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뭔지,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게 뭔지 연구하는 과정은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일본이 잘 나갈때는 ‘일본을 따라잡자’ 외치다가 미국이 잘 나가면 ‘미국이 역시 낫다’고 미국을 따라간다. 우리에게 가장 잘 맞는게 뭔지 아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는다.

다시 아바타 얘기로 돌아가서..
나는 우리나라 영화계가 아바타 같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돈을 쏟아붓기 보다는 탄탄한 시나리오의 저예산 영화를 많이 만들어 내길 희망한다. 미국의 영화계에 산업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이유는 아바타 같은 영화 때문만이 아니라 수많은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저예산의 드라마, 코미디 영화들, 그리고 그런 수많은 영화를 만드는데 종사하는 재능있는 배우, 감독, 작가들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영화로 해외시장에 진출하려면 미국식의 액션, 오락물을 만들어선 미국영화들과 비교가 될 뿐이다. 실제로 비영어권 영화들 중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성공한 영화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아니면 특이하거나 뚜렷한 주제의 영화들이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아직까지 한국영화는 나레이션이나 스토리가 약한 반면 비주얼은 훌륭하다고 보는데, 아바타 같은 영화 못만든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우리의 강점을 부각시킨다면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의 정부’ 같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고양이가 사자가 될 순 없잖어?

물론 그런 영화가 돈이 안된다고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면… 할 수 없지만.

연애하고 결혼할 때도 비교 근성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직장과 연봉, 외모, 집안 등 남들과 비교하기 쉬운 조건들이 배우자 선택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우는 사람들 말이다. 이런 조건들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언제부터인가 나만의 조건들은 뒷전이고 비교할 수 있는 조건들만에 연연하면서 짝을 못찾는 남녀들이 부쩍 늘어났다는 느낌이다.

항상 남과 비교하는 사람치고 행복한 사람은 없다고 한다. 지금같은 한국사회라면 행복지수가 낮은 것이 너무 당연하겠다. 인생을 곰곰히 돌이켜 보면서, 나는 내가 하고 싶은대로, 남들이 뭐라건 내가 좋아서 이렇게 살았고 그런 삶에 후회가 없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마지막으로 한 미국 사이트에서 우연히 보게 된 글.

“At age 20 I was concerned about what everybody thought about me.
At age 40 I did care what anybody thought about me.
At age 60 I realized that nobody was thinking about anybody but themselves.”

20살 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했다.
40살 땐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신경을 썼다.
60살 땐 아무도 자기 외엔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