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엔 결혼전에 같이 살아보고 서로를 제대로 파악한 뒤에 결혼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 수록 생각이 바뀌어서 요즘은 가급적 결혼전에 동거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다. 왜 생각이 바뀌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연애를 몇 번 하고,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그렇게 된 것 같긴 한데 딱 꼬집어 말하긴 힘들다. 여전히 동거의 장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장단점을 따져보면 나에겐 아직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진다.
내가 생각하는 동거의 장점을 말해보면;
1. 경제적 잇점
둘 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서 사는 경우라면, 동거를 함으로써 집세를 반으로 줄일 수 있고, 같이 사니 교통비도 절약되고, 밥도 집에서 같이 해먹으면 밥값도 절약되고. 이래저래 돈은 더 모을 수 있다.
2. 성격 파악
같이 살아보지 않고 상대방의 성격의 장단점을 다 알 수는 없다. 수 년을 연애하고도 결혼했다가 이혼하는 커플들이 ‘결혼하기 전에 그런 사람인지 정말 몰랐다’라고 말하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3. 생활습관 파악
누구나 나름대로의 생활습관이나 버릇이 있다. 예를 들면 잠버릇은 같이 여행 며칠 갔다 온다고 완전히 파악하기 힘들 뿐더러, 상대방의 잠버릇에 내가 적응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파악하려면 같이 살아보는 수 밖에 없다. 연애할 때 밖에서 보는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은 천지차이일 수 있는데, 동거를 함으로써 그런 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4. 매일 볼 수 있고 같이 있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이에 항상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만큼 좋은 이유가 또 있을까.
결국 경제적 이익과 상대방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동거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는 동거의 단점은?
1. 결혼을 할 이유가 적어진다.
이 점은 결혼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꼭 결혼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께 해당하는 단점이다. 특히 여성분들에게는 결정적인 단점이다. 연애할 때와 결혼 후의 가장 큰 차이가 뭔가? 바로 한 지붕 아래에서 같이 산다는 것 아닐까? 그런데 결혼 전에 이미 같이 살기 시작하면 결혼의 가장 큰 동기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매일 같이 자고 섹스도 한다면, 굳이 결혼해서라야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매일 누릴 수 있는데, 왜 결혼을 굳이 빨리 하려고 하겠는가 말이다.
결혼 날짜를 잡은 상태에서 동거하는 것이라면 다르겠지만, 막연하게 언젠가는 결혼할 사이인데 뭘.. 하고 동거를 시작했다가 그 기간이 일년, 이년, 세월아 네월아 가게 될 수 있다.
2. 피하고 싶을 때 피할 곳이 없다
연애를 해 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사귀면서 한 번도 싸우거나 말다툼을 하지 않는 커플이 있다면 그건 거짓말일거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도 가끔은 의견충돌도 있고, 싸울 수도 있다. 연애를 하면서는 그렇게 싸우고나서라도 집에 와서 혼자 곰곰히 생각해보면 ‘아.. 내가 좀 심했구나’ 하는 죄책감이 들면서 상대방이 다시 보고 싶어지고, 그러다가 다시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서로 용서해 주고 또 좋은 나날이 시작되게 마련이다. 하지만 동거를 하게 되면 싸우거나 말다툼을 하고 나서도 얼굴을 봐야하니 생각을 정리하기가 힘들어진다.
원래 사람은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는 판단력도 흐려지고 말도 가리지 않고 하게 되는데, 이런 격앙기를 혼자 조용히 가라앉힐 수 없이 계속 나를 화나게 한 그를 봐야한다면 감정이 가라앉는데 더 오래걸릴 수 밖에 없다. 대 저택에서 동거를 하지 않는 이상은 싸웠을 때 이용할 수 있는 도피처를 한 곳 마련해 둘 필요가 있겠다.
3. 헤어질 경우, 뒤처리가 복잡하다
동거하다가 헤어지는거나 연애하다가 헤어지는거나 크게 다를건 없다. 혼전순결주의자들에겐 이렇건 저렇건 섹스만 안했으면 되는거고, 섹스를 했다면 이렇건 저렇건 다 더러운 과거로 남는거고. 그렇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겐 동거건 연애건 다 같은 과거일 뿐이다. 하지만 동거를 하다가 헤어지게 되는 경우엔 훨씬 더 복잡한 절차를 거치게 된다.
연애야 헤어지면 그걸로 끝이지만 (물론 상처받은 마음은 오래가겠지만), 동거를 하다가 헤어지면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 우선으로 다가오게 된다. 집은 어떻게 해야하나, 살림살이는 어떻게 나누나, 주소 변경도 해야 하는데, 이래저래 처리해야 일들이 훨씬 많다.
4. 안하는 것이 좋을 결혼을 하게 되는 수가 있다.
아무래도 같이 살다보면 정이 들게 된다. 그래서 서로 정말로 사랑하는지 확신이 없고, 안맞는 부분도 많고, 결혼해서 그다지 행복하게 잘 살 것 같지 않은데도 헤어지기 힘든 상황이 되어서 계속 동거를 하다가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는 수가 있다. 결혼을 해서 함께 잘 살 수 있을지 없을지를 가늠하기 위한 동거의 원래 의도와는 달리, 동거를 하면 왠지 이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의무감에서 결국 서로에게 최선이 아닌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동거의 장단점을 적어봤지만, 결국 동거에 대한 내 입장은 이렇다.
1. 당신이 결혼을 꼭 하고 싶고, 가급적 빨리 하고 싶어하는 상황이라면 동거를 하지 마라.
2. 결혼을 안하더라도 지금의 애인과는 평생을 같이 살 수 있을 것 같다면 동거해도 좋다.
3. 만약 동거한 상대와 헤어진 후 동거사실을 감추고 싶을 것 같다면 동거를 하지 마라.
4. 두 사람이 오래 사귀었고 결혼식 날짜가 잡힌 상태에서 미리 신혼집에 들어가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한 경우 – 사실 이런 경우는 동거라고 하기엔 뭐한 상황이지만 – , 그럴 땐 동거해도 좋다.
S도 작년부터 동거에 대한 언급을 해왔고, 올여름에 내 아파트의 계약이 만료가 될 때 자기 집으로 내가 들어와 같이 살것으로 은근 기대하고 있다. 내가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단점 2번이다. 거기에 또하나의 이유를 더하면 그의 집엔 나의 신발과 옷을 다 수납할 공간이 부족하는 점.. ^^;
July 19, 2017 at 11:51 pm
현재 해외에서 거주중인데 다른 커플들은 얼마정도 사귀고 동거를 대부분 하는지 궁금하네요
December 26, 2015 at 9:33 am
여러 선생님들의 생각 잘봤습니다. 흥미롭고 도움되네요. 감사합니다.
November 5, 2013 at 3:46 am
“전 미국 생활 14년째인데, 여기선 동거안하고 결혼하는 커플은 거의 없어요. 그럼 어떻게 동거해보지도 않고 결혼하냐고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죠.” ===>
동거를 안 해보고 어떻게 결혼생활을 잘 할 건지… 알 수 있느냐?
이런 얘기하면 이 사람 또 무슨 미신, 사이비,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 하냐고 하실지 모르겠으나,
사주 명리학 공부를 해서 두 사람의 궁합을 잘 보면, (*여기서 잘 본다는 건 진짜 공부 많이 해서 보는 걸 말합니다.)
살 수록 정이 드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같이 살면 살아가면서 더 즐겁기 때문에
굳이 미리 살아보고 잘 맞나 안 맞나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맛을 안다는 논리에서 해방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약간 배워서
sns로나 주위에 아는 사람을 대입해보니
궁합이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확연하게 구별이 되더군요.
아무튼 이 같은 방법도 있으니
꼭 같이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August 15, 2013 at 9:24 pm
ㅎㅎ 위에 남자분은 많이 부정적이시네요
사람마다 생각이 이쪽에서 저쪽끝까지 있는게 당연하니..
전.. 첫사랑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와서그런지, 아내와 잘 맞지 않은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살아오면서 서로 다른 부분들중 중요한점을 극복하기가 힘들다고 느껴서인지
같이 살아보는게 정말 필요하겠구나 왜 안했을까 땅을 치고 생각을 해요ㅎㅎ
결혼 10년차인데 언제부턴가 그런생각을 해왔던것 같네요.
물론 내가 그렇다면 당연히 여자도..
이유는 일단 장점에서 2번,3번이.. 정말 그렇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단점으로 얘기하신건.. 어짜피 실제 결혼이 아니라 동거이기때문에 recovery는 가능하니깐 어느정도 감수할수 있다고 봐요. 한번결혼하면 헤어지는건 코스트가 절대로커 힘들다고 생각하기때문에 차라리 위 단점들은 각각 대비책을 마련하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솔직녀님 블로그 얼마전 알게되어 이제 좀 들어와 읽어보는데
원글이 워낙 솔직해서 댓글도 그렇게 될수밖에 없겠네요;;
비밀 댓글 기능도 안보이고ㅎㅎ
August 16, 2013 at 1:42 pm
Finn님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선 여자에게 동거한 경험은 큰 오점으로 남을수가 있으니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죠. 전 미국 생활 14년째인데, 여기선 동거안하고 결혼하는 커플은 거의 없어요. 그럼 어떻게 동거해보지도 않고 결혼하냐고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죠.
July 4, 2013 at 9:27 pm
동거 싫어요. 동거 해본 사람(남자든 여자든)은 탄산 다 빠진 콜라느낌.
잠자리가 문제가 아니라,
생활을.. 그러니까 결혼생활 경험 해본 사람을 누가 좋아라 하겠습니까?
결혼하고 자기만 설레고 새로우면 뭐해요. 상대는 이미 경험 다 해봐서 금방 질려버릴텐데..
진짜 함께 생활한다는 것은 남녀 관계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서구적 가치관이 많이 들어온다고해도 절대로 가볍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고 봐요.
여긴 한국이지 유럽이 아니니까요.
행동하면 당장이든 아주 나중이든 책임이 돌아온다는 사실 꼭 알아두세요.
하여튼 동거하는 분들 꼭 잘 되서 결혼하길 빌게요.
아니겠지만.. 혹시나 헤어지면 다음 분에게 꼭 이야기 하세요.
사실 결혼 전제로 사귀던 제 전 여자친구도 저한테 숨겼다가 여친 지인한테 들어서 알게 되었거든요.
헤어지려고 만난 날 전 여자친구가 말하더군요. 동거 할 때는 정말 좋아도 헤어지고 몇년 정도 지나니 결혼 할 나이가 되었고 결혼할 때쯤 되니까 자기 과거가 너무나 후회된다고…
잘 생각하세요.
June 8, 2013 at 6:39 am
남친하구알게된지는 3개월됫구요. 사귀기 시작한건 한달됫나?.. 남친이 외국생활하다 한국에 왓는데 암튼.. 사는곳이 서로 멀어서 주말에 보고 그랫거등요.
근데 남친이 같이 동거하자네요. 같이 살면서 공부도 하고 그러자면서.
고민이애요.. 솔직녀께서 말한 그런 것도 걱정되지만 저는 제 앞날도 걱정이 되요. 돈도 돈이고.. 회사다니다 관둔상태인데.. 남친은 내년에 군대가구요. 또 제 남친은 저와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깊게 생각한다는데 전 잘 모르겟어요. 또 너무 이른거 같다는.생각이 너무 들고.. 동거햇다가 임신이라도 할까바 걱정도 되고 그래요..
June 8, 2013 at 4:13 pm
직업도 없고 자립할 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동거를 하는 건 전 반대예요. 그리도 사귄지 몇달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의 동거는 더더욱 반대구요. 님의 앞날이 걱정되신다면 내년에 군대갈 남자친구와의 동거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지금은 님이 혼자 설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해요. 말씀대로 지금 임신하는 건 절대 피하셔야 하구요.
October 16, 2010 at 1:40 pm
안녕하세요,
남친이 아파트에 문제가 생겨서 저랑 같이 지내는데
솔직히, 같이 살다 보니까
좀.. 질리네요… 같이 살고 싶은 로망이 없어진것 같아요.
남친의 코고는 습관, 이불 가져가는 것, 여기저기 늘어놓고 안치우고
더럽게 살고…
아휴.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제 부모님께서 반대하시고.
위생 습관이랑, 그리고 저보다 연하인데다가..
그래도 저한테는 일편단심이고 해바라기처럼 저한테 잘해줘요.
저도 많이 그이를 아끼지만, 좀 힘드네요.
October 16, 2010 at 4:12 pm
@사랑에 빠진 여자: 아무리 사랑해도 모든 점이 마음에 들 수는 없을거예요. 문제는 어느 정도나 참을 수 있는가인데, 남친의 그런 습관들을 정말 참을 수 없다면 지금 확실하게 얘기를 하세요. 남친이 님이 싫어하는 행동들이 어떤 것인지 안다면 조금씩 고치려고 노력할거예요.
January 19, 2010 at 11:19 pm
동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저도 하루종일 같이있는 집데이트를 자주 즐기는데요,
오르프네님말처럼 남친없이 잠드는것과 남친과함께 잠드는것은 정말~
큰 차이가 있더라구요! ^^ 남친옆에서 남친 숨소리느끼면서 잠드니깐
진짜 푹자게 되는 그런 신기한현상(?)을 겪어봤더니 저도 얼른 남친이랑
같이 살았음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저는 자취할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동거는
꿈도 못꾼답니다 ㅠ 그냥 빨리 결혼하려구요 ^^
January 20, 2010 at 10:28 am
결혼하실 수 있음 빨리 하시는거 좋죠.
전 남친이 코골이 증상이 있어서 사실 첨엔 같이 잘 못자겠더라구요. 지금은 익숙해졌지만요.
특히 추운 겨울날은 옆에 인간 히터가 있는게 참 도움이 되더군요.. ㅎㅎ
January 19, 2010 at 10:39 pm
안정감.. 정말 그래요. 같이 있으면 뭔가 든든하고 편하고 그런 느낌은 참 좋죠.
그나저나 여자없는 밤은 어떻게 잠을 청하십니까..ㅎㅎ
January 19, 2010 at 10:34 pm
동거의 장점이라….겨우 6개월 밖에 안된 경험이지만,
4번과 비슷한 맥락인데, 같이 있다는 “안정감”이 꽤나 상당하더군요.
덕분에, 여자가 옆에 없으면 깊은 잠을 못자는 습관에 걸려버렸…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