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이런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각국 여성들에게 ‘언제 배우자/파트너로부터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십니까?’ 라고 물었다. 미국과 유럽 여성들의 대답 1위는 ‘섹스할 때’ 였다. 그럼 한국여성들의 대답 1위는 무엇일까?
대답은 ‘상대방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였다.
이 얘기를 미국인 친구 – 그는 한국여자를 사귄 적이 있는 남자다 – 에게 해줬더니 그 친구 왈,
“그거 충분히 이해가 되네. 미국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인사처럼 하는 반면, 한국 사람들은 그 말을 워낙 잘 안하잖어.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말을 들으면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느끼는거 아닐까?”
설문조사에 답한 여성들이 정말로 그런 이유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을 때’를 대답으로 골랐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사람들이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는다는 것은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다. 특히 한국 남자들 중엔 ‘사랑한다는 말이 뭐가 중요해. 행동으로 보여주는게 중요하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꽤 많이 계시리라 믿는다. 나도 사랑은 말보다는 행동이라는데 전적으로 동감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여성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게 위해 다섯 번의 행동이 필요하다면, 사랑한다는 말은 한 번만으로도 같은 효과를 일으킨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물론 행동이 따르지 않고 ‘사랑해’만을 되뇌이는 남자는 바람둥이일 확률이 높지만서두.
사랑은 남자건 여자건 평소에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도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를 따라 쇼핑을 가는 남자나,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평소에 안하는 요리를 해주는 여자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작은 희생을 행복한 마음으로 베풀게 된다. 많은 여자들은 남자가 ‘사랑해’라는 말을 하기 어려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말을 해주는 남자가 더욱 사랑스러워 보이고 그 말을 해주었다는 사실만으로 사랑을 느끼게 된다. 마치 남자들이 여자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오럴섹스를 해주면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나도 뿌리는 한국사람인지 ‘사랑해’라는 말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듣는 것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래서 S가 처음으로 I am in love with you 라고 나에게 말한 뒤, I love you를 할 때마다 왠지 그 말이 너무 쉽게 내뱉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느날 그에게 말했다.
“난 네가 ‘I love you’라고 너무 자주 말하면 인사처럼 들리게 될까봐 걱정이 돼. 한국 사람들은 사랑한다는 말을 미국인들이 쓰는 것처럼 잘 안쓰거든. 난 부모님한테도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넌 엄마와 전화할 때 마다 I love you라고 하잖어.”
“그렇구나. 그래.. 나도 가끔은 내가 I love you라고 너무 자주 말한다는걸 느껴. 앞으론 좀 자제할께. 하지만 말하고 싶을 땐 해도 되지?”
그 뒤론 한동안은 그의 입에서 I love you가 별로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사랑해’를 배워가지고는 요즘은 ‘사랑해’를 애용하고 있다.
오해하지 마시길. 여전히 나는 ‘말보다는 행동’주의자다. 그리고 다른 여성분들에게도 남자의 말보다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라면 ‘사랑해’라는 말이 힘들지 않게 나올 수 있어야 하고,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사랑해’라는 말을 요구하는 관계라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S는 오늘 자기 집의 벽 안에 방온시설을 하기 위해 친구 하나와 작은 공사를 했다. (아마 지금도 하고 있는 중일거다..) 원래 계획은 둘이 일이 끝나면 나와 같이 셋이 저녁과 맥주를 하러 나가는 것이었는데, 일이 생각보다 오래 걸려서 10시나 되어야 끝날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면서 나보고 언제든지 오고 싶으면 와서 자기들 일하는데 옆에서 나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했다. 내가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나. 하지만 난 두 시간의 빡센 운동을 하고 난 뒤인데다가 배도 고프고, 운전해서 그의 집에 가기도 귀찮고 해서 그에게, “그러지 말고 일 끝나고 맥주마시러 나갈 때 날 데릴러 와”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끊고 나니 괜히 내가 화난것처럼 얘기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문자를 보냈다. “지금 니네 집에 안간다고 해서 미안. 운동한 뒤라 너무 피곤해서 혼자 좀 쉬고 싶어서 그래. 좀 이따가 봐~”
그리곤 그에게서 답문이 왔다.
“I love u”
이럴 땐 미소짓지 않을 수가 없다.
January 17, 2010 at 6:20 pm
I see that I was not very clear or explicit on my previous comment. Let me try to make it more clear. As many of you I am sure I lead a very busy life with so many distractions and responsibilities in my everyday life. It is not a reminder that I love that person but a reminder that I have to place that person on my top priority list. If one does not remind oneself to do this, ones actions of love gets pushed back or even never get to be ticked off at the end of the day/week/orsometimes even months. For me it is a reminder or an opportunity during my very busy day to have a glimpse of that loved one and putting them on my priority list so that it can be followed by actions to show that love.
This may not apply to those who are freshly in love but if you have been married for over ten years as I have been, you kind of do need to remind yourself how wonderful and beautiful that person is and try to make time to put her on top of your priority list. It does not just happen naturally.
January 18, 2010 at 7:34 pm
Thank you for clarifying. It is such a good comment. I really agree with your last paragraph. Once we are in a long-term relationship or married, we tend to forget appreciating the other person. I believe, by say I love you, we can be more responsible for the loving relationship.
바쁜 일상에 치여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을 잊고 사는 부부나 오래된 연인들에겐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전해주는 감동이 더욱 큰 것 같습니다. 매일 회사일로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남편에게 아내는 불만을 털어놓으면, 남편은 ‘내가 매일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하고 녹초가 되어 집에 오는건 다 널 사랑해서 잘 살게 해주고 싶어서 그런건데..’라고 말할지 모르죠. 하지만, 아내가 그렇게 서운해하기 전에 가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해주었다면 과연 아내가 그렇게 불만일까요?
January 17, 2010 at 5:35 pm
Han Guk Jae//why do u have to constantly remind urself that u love some one if u r already loving him/her?
If it were that easy to forget ur love for someone else, then that ain’t love in the first place.
January 17, 2010 at 6:14 am
‘It is not who we are that defines us but our actions define who we are.” I am sure everyone will agree with this statement. But, actions that are followed by constant reminders is even better, right? If you constantly say the words “I love you”, you are reminding yourself that you really do love her/someone and it becomes easier to follow up by action.If you do not constantly remind yourself that you love someone they slowly become secondary. So please keep reminding yourselves that you love that person by saying often “I love you.”
January 17, 2010 at 1:32 am
제게도 좀 어색한 말이네요 ^^;
한번 내뱉기가 어려워 꽁꽁 마음으로만 간직하고 있는데
친구와 애인, 가족간에 사랑한다는말은 꼭 필요한 것 같아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종종 표현하는것이 관계를 더욱 부드럽게 해주는 것 같더라구요
January 16, 2010 at 11:51 pm
윗 분처럼 사랑해 라는 말을 너무 자주 사용하다보면,
‘이자식이 말만 사랑한다고 해 놓고 진짜로는 사랑하지 않는건가.’ 라는 의문이 드는 때가 있다고도 하죠. 그렇다고해서 사랑해 라는 말을 듣기 싫은 것도 아닌 정말, 그 사이와 사이에서 얼마만큼의 빈도로 사랑해 라는 말을 해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이 필요합니다. ㅋㅋㅋ
일반적으로 사랑해. 라고 말을 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는 남자가 많은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여자들이 사랑해라는 말에 감동하는게 아닐까요. 그렇다고 너무 많이 하면 윗문단과 같이 바람둥이 or 말뿐만인 사람으로 낙인이 찍히니…. 그것도 문제.
이래저래 해야 하는 입장에서도 고민이죠. ^^;;;
January 16, 2010 at 11:34 pm
글쎄요. 세대차이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느끼기엔 사랑한다는 말은 안정적 관계에 들어선 사이라면,
그리고 의무감으로 하는 게 아닌 이상 자주 할수록 좋은듯.
글에도 있듯이 어쨌듯 행동이 말보다 앞서는 거니까,
행동이나 형식으로 서로간에 책임이 성립된 사이라면
말을 아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요.
듣는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말하는 사람한테도 일종의 최면효과가 있더라구요
나는 이사람을 사랑한다. 이런.
지루해질 수도 있는 안정적 관계에 윤활유가 되는 것 같습니다.
January 16, 2010 at 11:26 pm
개인마다 차이가있겠지만
전 정말 사랑한다고 해도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남발하는건 …그래도 반대입니다.
(부모님들께는 제외)
저또한 미국물 을 인생의 절반넘게 먹었지만 이건 문화적 차이보다 개인적 사상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자신의 말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믿고, 사랑한다는 말에도 책임이 따라야 하기에 단지 상대방이 기분좋으라고, 듣기좋으라고 그렇게 쉽게 내뱉을 말이 아니라고 믿습니다.
스페인어에는 Te quiero 와 Te amo 라는 두가지 표현의 ‘사랑’ 이 존재하는데
전자가 좋아한다는 의미가 강한 미국식의 I love you 라면 후자는 보다 진지한 의미에서..(예를들어 부부사이의) 사랑해를 뜻합니다.
그렇기에 당연히 Te queiro가 Te amo보다 훨씬 빈번히 사용됩니다.
일본어도 비슷하죠, 실제 일본 사람들은 왠만해선 다이스키 라 그러지 아이시테루 라는 말을 잘 사용하진 않습니다.
한국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Te amo 혹은 아이시테루와 비슷한 표현 방법이니, 미국식 I love you와 한국식 사랑해 는 다른 레벨의 표현방법이라고 취급하시는게 어떨까 싶네요.
January 17, 2010 at 12:53 pm
정말로 사랑한다면 사랑한다는 말을 쉽게 남발한다는 표현은 맞는 않는 것 같습니다. 남발한다는 건 사랑하는 것보다 더 자주 그 말을 한다는 얘기아닌가요? 마음이 없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사랑한다’는 말은 당연히 해선 안되지요. 그런데 사랑하는 애인사이나 부부사이에도 사랑한다는 말을 너무 아끼는 (특히 남자)분들 때문에 상대방이 아쉬워 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남발이 아니라 당연한거라고 생각합니다.
@Han Guk Jae: I kind of agree with you. But I don’t agree to the idea that you need to constantly say ‘I Love You’ to remind you of loving someone. Though I heard somewhere that saying I love you influences your mind and makes you feel you really love that person. I just like to say I love you to express my love to someone. Nothing more than t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