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드디어 엄마 아빠께 한국말로 인사를 했다. 비록 전화상으로였지만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를 귀엽게 외치는 남자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아빠는 ‘어, 그 놈 한국말 하네?’ 하시며 내심 좋아하시는 눈치였다. 아직도 엄마 아빠는 외국인들이 한국말 하는걸 보시면 무척이나 신기해 하신다.

Snow in my neighborhood

눈 쌓인 우리동네

1) 남자친구가 요즘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단어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지난 일 이주일간 이곳에도 서울만큼은 아니지만 하루도 끊이지 않고 눈이 꾸역꾸역 내렸다. 어느날 길을 걷다가 “Snow가 뭐야?” 하길래 “눈”, 그리고 내친 김에 “Rain은 ‘비’야” 하고 가르쳐줬다.

그리고 며칠 뒤, 둘이 침대에 누워 잘 준비를 하고 있던 중, 그가 나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면서 이러는거다.

그: “비, 보지!”
나: … (기발한 응용력에 할 말을 잃음)
(굳이 해석하자면, ‘젖어라, 보지’ 정도 되겠다.)

2) 어느 날은 남자친구가 KPop이 나오는 인터넷 라디오 채널을 찾아 틀어주었다. 근데 나도 이제 구세대라 노래를 하나도 모르겠는거다. 그래서 내가 익숙한 고래고래쩍의 DJ DOC의 노래들을 찾아서 들려줬다. 그 중에 많은 분들도 기억하실 ‘여름 이야기’를 틀어놓고는 내가 흥얼흥얼 따라 불렀는데, 가사 중 ‘믿을 수가 없어, 아름다운 그녀’ 하는 부분이 유난히 그의 귀에 들렸나보다.

특히 ‘믿을 수가 없어’의 ‘없어’가 유난히 크게 들렸는지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음.. 뭐뭐가 없어 하면 There is no 뭐뭐.. 이런 뜻이야. 예를 들면, ‘물 없어’ 하면 ‘There is no water’, ‘맥주 없어’ 하면 ‘There is no beer.’ 이런 식이지. ”
“Oh.. OK.”

그리곤 얼마 뒤가 12월 31일이었다. 둘이 좋은데 가서 저녁먹기로 해서 나는 나름 섹시해 보이는 가슴이 좀 파인 원피스를 입고 나갔다. 분위기 좋고 와인도 맛있고, 둘이 마주보고 오순도순 얘기를 하던 중, 나의 가슴 부위에 꽂힌 그의 시선이 눈에 들어왔다.

나: “뭘 보는거야?”
그: “… 가슴..없어”
나: >:<

3) 날씨 탓인지 나도 남자친구도 코가 항상 근질근질이고 콧물이 나오는 날이 많아졌다. 하루는 코를 풀다가 그가 물었다. “Mucus가 뭐야?”, “음..가래? 콧물?”, “nasal discharge말야”, “아..콧물.” 그리곤 연이어 기억하기 쉬우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나: ‘코’ 알지?
그: 어. Nose지.
나: ‘물’은?
그: Water.
나: 그래. 그래서 ‘코물’이야. 근데 발음은 ‘콧물’로 하면 돼.
그: 오호.. 그렇구나.

그: 그럼..What I have is 고추물..?
나: (푸풉…)


언제까지 그의 새로운 섹슈얼 단어 창작이 계속 될지.. 하지만 덕분에 많이 웃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