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문을 보니 크리스마스엔 콘돔이 제일 많이 팔리고, 모텔과 호텔은 평소의 두 세 배가 되는 방값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꽉 찬다고. 한국에선 언제부터인가 크리스마스가 연인들의 날로 굳어진 듯 하다. 하긴 나도 한국에 있었을 땐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친구와 뭔가 계획을 만들어 꼭 같이 보내야만 직성이 풀렸던 기억이 난다.

한국의 크리스마스 이브하면 곳곳에 울려퍼지는 케롤송들, 거리에 꽉 찬 커플들, 삼삼오오 짝지어 다니는 젊은이들, 그런 화려한 밤거리가 기억나는데 반해, 미국의 크리스마스는 한국과는 영 다른 분위기다. 여기선 크리스마스야말로 추수감사절과 더불어 가장 큰 가족 명절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엔 이변이 없는 한 온 가족들이 모여 같이 거한 저녁을 해 먹고, 선물을 교환하면서 그야말로 건전한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와 크리스마스 날은 문여는 가게도 거의 없고, 술집과 음식점들은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 휴업이다.

한국에선 크리스마스 이브가 가장 섹스하기 좋은 날, 아니면 연인간에 섹스를 해야할 것만 같은 날로 여겨지고 있는 듯 한데 반해, 미국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섹스와 가장 거리가 먼 날이다.

미국에 온 뒤 크리스마스를 남자친구와 같이 보낸 것은 올해가 두 번째다. 남자친구가 없었을 때는 한국 부모님 댁에서, 아니면 친척 집에서, 아니면 한 두 번은 친구들과 조촐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냈었다. 재작년, 전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전엔 크리스마스 이브에 그의 친척집에서 40여명의 일가친척들이 모이는 파티에 같이 갔었다. 그리곤 그의 부모님 댁에 가서 하룻밤 자고 돌아왔다. 당연히 둘이 오붓하게 섹스할 시간은 제로.

올해는 남자친구와 그의 어머니와 같이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어머니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셔서 오늘 돌아가셨으니 4일을 거의 함께 보낸 셈이다. 4일 동안 물론 섹스한 횟수는 제로. 난 어머니가 계시면 할 생각도 안 하고 하고 싶은 기분도 별로 들지 않지만, 남자친구는 가끔 밤에 침대에 누워서 나를 만지작 만지작하며 장난을 쳤다. 그동안 배운 한국말을 연습한답시고, ‘손가락이 보지를.. 쫒아가고… 있습니다’.. 하면서.

길고 긴 연휴가 끝나고 내일은 다시 출근을 해야하지만, 아마도 오늘 밤엔 그동안 밀렸던 섹스를 하느라 일찍 자긴 힘들지 싶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