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여자친구/아내는 섹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것 같습니다. 섹스가 재미없다고도 하구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몇몇 남자 독자분들의 이메일이나 댓글을 통해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결혼한 내 친구들 중에도 섹스를 좋아하지 않고 섹스 자체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걸 보면, 섹스욕구가 지극히 낮은 여성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긴 많은가보다. 실제로 한국여성들 뿐만 아니라 미국여성들의 3분의 1도 섹스에 욕구가 없어서 파트너와의 성생활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는 인터넷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결혼한 직장여성들의 경우에 섹스욕구가 현저히 떨어지는 이유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나도 피곤할 때는 섹스보다 한 시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한 시간씩 출퇴근 하는 직장인의 경우, 게다가 아이까지 있는 경우라면 섹스는 더욱 뒷전이 될 것이고. 머리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다른 일들이 있다면 섹스욕구가 사그라드는 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딱히 시간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섹스에 대한 부담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 미혼 여성들이나 직장인이 아닌 유부녀들이 섹스를 싫어하거나 섹스가 즐겁지 않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뭘까?

1. 즐거운 섹스를 해본적이 없다.
불행하게도 지금까지 해 본 섹스는 삽입 위주의 일방적인 섹스. 남자가 정성을 다해주는 섹스, 애정이 느껴지는 섹스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섹스가 정말로 즐겁고 황홀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그래서 섹스 자체에 흥미가 없어진 경우. 한 마디로 섹스 잘하는 남자를 만나 보기도 전에 섹스에 정이 떨어진 경우다.

2. 섹스를 좋아한다고 하면 밝히는 여자로 보일까봐
사실은 섹스를 좋아하고 남자친구/남편에게도 요구하고 싶은 것들이 있지만, 그랬다가는 섹스 경험이 많은 여자로 여길까봐 섹스에 별로 관심없는 척 한다. 많은 한국남자들은 자기 아내나 여자친구가 섹스를 좋아하길 원하면서도 섹스 좋아하는 여자는 걸레 취급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혹시 당신도 당신의 여자친구/아내 앞에서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적은 없는지 곰곰히 생각해 보시라.

3. 임신 걱정 때문에
여자들에겐 이거 참으로 큰 스트레스다. 섹스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라 임신이 될까봐 마음 졸이게 되는 그 스트레스 때문에 섹스가 그다지 즐겁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아직도 많은 한국 여성들은 남자에게 돈 빌려달라는 요구보다 콘돔끼라고 요구하는 것을 더 힘들게 여기니. 제발이지 남자들이여. 당신의 여자를 진심으로 아낀다면 여자가 부탁하기 전에 콘돔은 알아서들 준비하시길.

4. 섹스를 하는 분위기가 싫어서
자기 집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미혼 남녀들은 섹스를 하기 위해 모텔을 찾거나 다른 사람 눈에 띄지 않는 (보통은 음침한) 장소를 찾게 된다. 나도 경험한 바 있지만 모텔 들어갈 때의 그 어색하고 왠지 죄짓는 듯한 기분은 그다지 좋은 느낌은 아니다. 그런 어색함을 무릅쓰고라도 섹스를 즐기려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그런 분위기의 영향 때문에 섹스가 즐겁지 않을 수 있다.

5. 섹스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섹스를 사랑하는 사람간의 가장 강렬한 애정표현이라고 인식하기 이전에 섹스는 더러운 것, 음침한 것, 남들이 알면 안되는 것이라는 인식이 머리 속에 박히게 된 경우. 요즘은 어떤 식으로 학교에서 성교육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중고등학교 때엔 성교육이 전무했다. 여자는 생리를 시작하면 임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이니 몸조심해야 한다라는 정도가 내가 기억하는 성에 대한 교육아닌 교육이었다. 그런 분위기에서 자라 섹스 경험도 별로 없는 여성이라면 섹스를 좋아하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상 내 나름대로 생각되는 이유들을 적어봤다.

모든 사람이 꼭 섹스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지 않나요? 모든 사람이 운동하는거나 영화보는걸 좋아하지는 않잖아요?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물론 그렇다. 모든 사람이 섹스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고 남자들 중에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운동이나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남녀관계에 미치는 영향과 낮은 섹스욕구, 혹은 섹스기피가 남녀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엄연히 다르다. 남녀 모두가 섹스욕구가 없어서 섹스를 안하고도 관계에 전혀 영향이 없다면 상관없겠지만, 한 사람은 욕구가 있는데 다른 한 사람은 항상 욕구가 없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영화보는걸 좋아하는데 내 파트너는 그렇지 않다면 나 혼자서라도 얼마든지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섹스의 경우는 그런 식으로 해결이 곤란하니 말이다. 혼자서 성욕을 해소하는 파트너를 용납할 수 있다면 모르겠지만.

당신의 파트너도 당신만큼 섹스를 좋아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라면 우선은 왜 그녀가 섹스를 재미없어 하는지를 이해하려고 하자. 당신이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마음이 그녀에게 전달된다면 그녀도 당신에게 섹스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