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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와 마마보이의 미묘한 경계

많은 미혼여성들이 결혼상대로 기피하는 남자 중에 ‘효심이 지극한 남자’를 꼽는다는 기사를 읽었다.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왜 여자들이 효자를 싫다고 하는지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성들이 진정으로 싫어하는 남자는 효자가 아니라 ‘마마보이’가 아닐까. 어느 정신 제대로 박힌 여자가 부모에게 막 대하는 불효막심한 남자를 좋다고 하겠나.

한국 여성들이 효자가 싫다고 하는 이유는 남자의 부모, 특히 어머니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한국의 결혼 문화, 결혼 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한 예가 아닌가 싶다. ‘효자’의 타이틀이 붙지 않은 남자들과 결혼해도 시댁문제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여자들이 적지 않은데, 남들도 효자라고 인정하는 남자라면… 그런 상상을 하면서 효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건 당연하지 싶다.

나도 어릴적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어린 나이에도 여기저기서 듣게 되는 고부 갈등이나 내 기준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버젓이 하는 시어머니와 아들의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차라리 고아랑 결혼하고 싶어’라고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또 몇 남자와 사귀어 보면서 깨닫게 된건 내가 싫어하는 남자는 마마보이지 효자는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럼 효자와 마마보이의 차이는 뭘까?

마마보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자기 혼자 어떤 결정도 못한다는 점이다. 어떤 일이든 엄마의 의견을 묻고 그에 따른다. 이런 남자들을 보면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옷이며 음식이며 집안 살림이며,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그대로 자기 취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여자를 사귈때에도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보다 엄마가 좋아할 여자를 고르는 경향이 강하다.

마마보이는 어머니가 주는 것, 베푸는 것을 사양하지 않고 받는다. 그래서 항상 받는 것에만 익숙하지 다른 사람에게 베풀 줄을 모른다. 가만히 보면 마마보이는 어머니에게 해드리는 것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내 생각에 진정한 효자는 어머니를 여성으로서 대할 줄 아는 남자다. 어머니도 여자이기에 가끔은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하시고, 애정표현도 받고 싶어하신다. 그런 어머니를 위해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어드리고, 만날 때 다정하게 껴안아 줄 수 있는 아들이 진짜 효자다. 효자인 남자는 어머니의 고충을 이해하기 때문에 자기 아내의 고충도 이해하고 아내에게 더 잘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효자는 어머니가 아쉽지않게 먼저 잘 해드리기 때문에 오히려 효자 아들을 둔 어머니들은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으신다.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난지 석 달 쯤 되었을 때였을까, 남자친구가 어머니에게 내 얘기를 했다고 하면서 같이 어머니를 만나러 가자고 했다. 난 문득 혹시 이 남자가 마마보이가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었다. 내가 사귀었던 남자들 중에 만난지 석 달만에 자기 부모님을 만나러 가자고 한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도 남자친구가 어머니께 전화도 자주 하고 어머니 집에 한 달에 한 번쯤 가서 이것저것 집안 일도 도와드리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참 효자구나’하는 생각과 ‘혹시 마마보이?’하는 생각이 여전히 교차했다.

결국 그에게 물었다. ‘너 혹시 마마보이 아니야?’
그 왈, ‘음.. 완전히 부인하진 않어. 어머니 의견을 들어서 나쁠건 없으니까. 하지만 내가 싫으면 싫다고 하지.’

그 말대로 남자친구와 그의 어머니는 매우 가깝지만 각자의 주장이 강해서 서로의 생활은 침범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혼자 지내시는 어머니가 걱정이 되어 챙겨드리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어머니가 알록달록한 테이블보를 쓰라고 사주셔도 ‘No, thanks. It’s not my style.’하며 거절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된다. 더우기 요즘은 그의 어머니가 집안에 관련된 것을 사주시려고 할 때면 오히려 내 의견을 물어봐주신다.

효자야말로 좋은 신랑감/남자친구감이지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단 효자와 마마보이를 구분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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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사는 이야기, 연애 · Tags: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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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Responses to "효자와 마마보이의 미묘한 경계"

  1. 크눌프 says:

    한국 남자들의 아픈 부분이죠. 마마보이.
    스스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기대야만 하는 딱한 존재들.
    그런데 여기에는 여성도 일조 했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결혼 전에는 독립적 남성을 원하지만
    결혼 후 애를 낳고나면 많은 엄마들이 또 아이들을 마마보이로 키우죠.
    적어도 제 주위의 많은 여성(정확히 엄마)들이 그렇습니다.
    참 이율배반적이죠.
    이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추수감사절은 잘 보내셨나요?

  2. 솔직녀 says:

    저도 공감해요. 한국남성들이 아직도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어머니들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아서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있다면 자신의 가정에서부터 조금씩 바꿔가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추수감사절 잘 보냈습니다. 어제 오늘은 일하는데 무지 피곤했어요..ㅎㅎ

  3. 이코 says:

    이걸 읽고나니까 새삼스레 내 남자친구는 어떤가 생각해 보게 되네요
    스스로 결정은 잘 내리는데.. 마마보이는 아니겠죠
    내 모습도 돌아봐야 겠네요
    난 마마걸은 아닌가..

  4. aga says:

    보통 부부사이가 좋은 부모님 아래서 자란 남자들이 마마보이나 지나친 효자일 확률이 낮더군요. 어머니 세대에선 남편과의 사이가 좋지 않아도, 심지어 폭력적인 남편이나 바람둥이 남편일지라도 자식 때문에 참고 사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러다 보니 아들이 자식이자 남편이 되더라고요. 당신의 삶의 의미는 오직 아들이다 보니 아들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고 그런 어머니 아래서 자란 아들들은 마마보이 성향 뿐만 아니만, 불쌍한 그리고 천사같은 내 어머니의 삶 나라도 보상해드려야 한다는 책임감, 의무감이 엄청나게 강하더군요.
    그래서 보통 한국 여자들이 홀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외아들을 결혼 기피 대상 1호로 꼽는데, 비단 홀어머니 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그저 무늬만 부부였던 부모를 둔 아들과 결혼한 여자들도 남편이 너무 효자라서 힘들다는 하소연을 주위에서 많이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결론은, 결혼을 원한다면 남친의 가족 분위기와 역사를 반드시 알아볼 것.ㅎㅎㅎ^^;

  5. 솔직녀 says:

    @이코: 남자친구가 평소에 마마보이가 아닌지 하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면 마마보이가 아닐껍니다. 마마보이들은 티가 나거든요.

    @aga: 정말 맞는 말이예요. 어머니 세대의 부부들 중에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부부들은 참 드문것 같거든요. 부모님이 다정하고 애정표현도 잘하는 가정에서 자란 남자들이 자기 여자에게도 그렇게 해 주고요. 전 제 부모님이 자식들 없이 두분이서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영화도 보러다니시고 데이트도 많이 하시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그래서 남편이 될 사람도 그런 부모님 밑에서 자란 사람이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했구요.

  6. 아롱이 says:

    안녕하세요. ^^ 그동안 많이 눈으로만 보고가다가 처음 인사드려요. 한국은 보통 어머니한테 싫다고 하는 남자가 드물고요. (결혼하면 부모님께 안된다고 말씀드려야 할 일이 반드시 생깁니다…) 대부분의 부모님들(그리고 여친마저도)은 그 싫다는 말 자체를 불효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좋은 남편은 반드시 불효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게 기혼녀인 제 입장입니다. ^^;;; 제 남편은 그렇게 따지면 불효자구요. 저는 자타공인 효녀임에도 불구하고, 싫은 건 부모님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타입인데요.(심지어 시부모님께도 ^^;;;) 저희 어머님은 그것때문에 엄청나게 마음 상해 하신답니다. 다른 면이 없으면 저도 불효녀 소리 들을겁니다. ^^ 약간 마마보이랑은 다른 거죠. 아 그리고 정말 다정한 부부들은 부모님 세대에는 정말 없으신 것 같아요. 게다가 특히! 아들만 있는 집은 더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사람들 만나면서 정말 많이 들었구요. 가풍이 제일 중요합니다. 다른 모든 조건은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해요.

  7. 솔직녀 says:

    제가 볼 땐 어머니들이 더 문제인듯해요. 내가 이러면 자식들이 좋아할까, 며느리가 불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을 전혀 안 하시는 어머니들이 꽤 많더라구요. 자식들이 싫다고 할 일을 왜 만드시는지 모르겠어요.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기..가 습관화 되면 서로 불편한 일도 없고 서로 미리 알아서 잘해주고, 서로서로 좋을텐데..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다정한 부모님 밑에서 자라 다들 그런줄 알았더니 아니더군요. 저희 엄마도 항상 그러셨죠.. ‘우리 집이 비정상이란다..’ 라구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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