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논쟁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낙태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다 동의하는 사실이다. 문제는 왜 낙태하는 사람들이 낙태를 할 수 밖에 없는가하는 점이다. 낙태를 법적으로 금지한다 해도 불법으로 낙태하는 사람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불법으로 낙태를 시술하는 의사들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난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줄도 몰랐다. 왜냐하면 너무들 많이 버젓이 낙태를 하기 때문에. 이미 이런 판국에 낙태 금지법이란 허무맹랑하게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생각해보자. 과연 우리 사회가 낙태한 여자들은 떳떳하게 비난할 수 있는 사회인지. 난 이런 조건들을 갖춘 사회라면 낙태를 비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 어려서부터 피임 교육을 제대로 시킨다. – 임신하길 원치 않으면 콘돔과 피임약은 필수라고 중고등학교 때부터 귀가 닳도록 교육시킨다.

2. 결혼하지 않고 애를 낳은 커플도 법적 부부와 똑같은 사회적 대우를 받는다.

3. 결혼하지 않고 낳은 아이라도 남자는 양육비의 적어도 50프로를 책임져야 한다.

4. 결혼하지 않은 부모 밑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어떠한 법적, 사회적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5. 애가 있다는 사실이 다른 남자/여자를 만나 결혼하는데에 큰 지장이 되지 않는다.

6.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경우엔 국가에서 보조할 수 있다.

7. 아들 못 낳는 며느리 타박하지 않는다.

과연 우리 사회가 이런 조건들을 갖추고 있나? 당연히 아니다. 만약 당신의 고등학생 딸이 어디가서 덜컥 임신을 해가지고 왔다라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지. 당신의 딸이 낙태를 하겠다는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