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만난지 한 달 쯤 되었을까. 어느날 그와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얘기하는 동안 내내 그는 테이블 위에 놓인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음식의 등장과 함께 나는 잠시 침묵 모드로 먹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가 불쑥 물었다.
그: “이제 사람들에게 널 소개할 때 내 여자친구라고 해야겠지?”
나: “엉? 음.. 정말 나를 여자친구로 소개하고 싶은거야?”
그: “음.. 내 생각엔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니가 싫으면 그러지 않을께”
나: “아..아냐.. 나도 좋아. 그냥, 생각보다 일찍 이런 얘기를 하게 돼서 좀 놀랐어.”
그: “뭐, 이르다면 이른 셈이지. 하지만 난 이제 다른 사람과 데이트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니가 좋구, 너만 만나고 싶어. 너도 같은 생각이라면 서로 남자친구 여자친구라고 해야 되는게 맞지 싶어.”
그 날 이후 우린 boyfriend, girlfriend가 되었다.
미국에선 ‘여자친구 (girlfriend)’라는 말이 한국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관계를 의미한다. 남친-여친관계는 단지 몇 달 동안 만났는지, 몇 번 데이트했는지를 가지고 정의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남친-여친관계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은 두 사람이 상대방 이외의 다른 사람과는 데이트할 의향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난 널 사랑해’하면서 다른 남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상대방은 당신을 남자친구/여자친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몇 달 동안 만난 여자도 여자친구라고 소개하는 것은 꺼리는 것이 대부분의 미국 남자들이다. 확신이 있기 전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어한다는 얘기다. 물론 만난지 일주일만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남여도 있지만, 대부분의 남자들은 한 여성을 자신의 여자친구로 소개하기까지는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남친-여친 관계는 법적인 부부만 아니지 거의 부부같은 대우를 받는다. 동거하는 커플들도 흔하고, 애가 있는 커플도 있고, 공식 모임에 파트너로 참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가족들 모임에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한국에서 3년동안 사귀던 남자친구의 부모님 얼굴 한 번 볼 기회가 없었던 내가 미국에 와서 사귄 두 명의 남자친구 부모님들을 다 뵈었으니..
그래서 난 그가 한 달만에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에 놀랐고, 기뻤다. 그가 그만큼 나에 대해 확신이 있다는 증거니까.
그 날 밤, 그는 Facebook (미국의 싸이월드?)으로 친구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 “언제 그녀가 내 여자친구로구나 라고 생각해도 좋을까?”
이에 대한 친구들의 답변;
– 너의 집에 그녀의 칫솔이 상주하게 될 때
– 너의 집에 그녀의 속옷 한 벌이 상주하게 될 때
– 두 사람이 긴 대화 끝에 서로 남친-여친이 되기로 동의할 때. 가능하면 문서로 증거를 남길 것을 권함. 남여관계에 있어 짐작은 금물.
May 14, 2010 at 6:04 am
이 블로그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고 있네요. 전 사실 미국의 데이트문화만큼은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예요! 🙂 서두르지않고, bf,gf 인가 라는 부담 전에 서로에 대해 충분히 알아 갈 수 있는 시간이 있어서. 그리고 또 아니면, 자연스럽게 우린 데이트를 했는데 아니구나~ 하는거. 처음에 ‘사랑해’를 쉽게 말하지 않는것도, 그 다음부턴 자주자주 말해주는것도 저는 좋더라구요. 히히 🙂 제 남자친구랑 저는 서로 칫솔이 집에 있고, 남자친구 신발도 옷도 제 집에 있는데. 하하 확실한 건가요? 왠지 기분 좋네요:)
May 14, 2010 at 8:55 am
@시소: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서로 부담을 주지 않는 데이트 문화는 좋아요. 물론 친구들 중에 한쪽이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깨어진 커플들도 있지만요.. 예쁜 사랑 하세요~~ 🙂
December 1, 2009 at 10:30 pm
맞아요. 서로 언어적으로 정리하는 게 가장 좋고. 문건으로 정리한다면 더욱 귀여울 듯. ^ㅅ^
November 15, 2009 at 9:11 pm
미국남자나 한국남자나 다 똑같습니다. 크흐흐. 바람피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안은사람도 있고. Tom Lycus라는 라디오 DJ가 미국에서 한참동안 큰인기를 끌었지요. 그 사람이 항상 라디오에서 에기 하는게 대이트 비용은 $50불이상 쓰지 말아라, steady한 여자친구를 만들지 말고 잠잘수 있는 상대를 많이 만들어라 ( Bootycall!~), 머 대충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했는대 꾀 많은 서양남들은 이런 법칙들을 따를더라고요. 한국에 와있는 영어 교사들 영어로 된 글들을 잘 보세요. 한국에서 정말 재미있게 지네서 조금 부럼긴 함니다만…크크크. 근대 게네들 한국 엄청 까됨니다. 보지 주고 돈주고 그러면서 한국 까이고.
전 중학교 때 미국친구에게 orgy재이를 바다본적이 있었습니다…그때 거기 외 안갔지 하고 지금도 후에 하고있지만…흐흐흐.
아무턴 재가 하고습은 에기는 한국 남자들은 너무 순진하고 착한거 같다. 서양남들 말빨 정말 좋아요…그리고 거짓말 정말 잘함니다…그게 아마 어러서 부터 자기주장을 잘 이야기하는 교육에서 나오안았나 하고 생각함니다.
November 16, 2009 at 9:35 am
저는 한국남자라고 다 순진하고, 서양남자라고 다 말빨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저는 한국남자지만 여자친구있는데도 양다리걸치고 별 짓 다하는 남자도 만나봤구요, 서양남자지만 여자앞에서 수줍어서 어쩔 줄 모르는 남자도 만나봤거든요. 서양남자에게 속았다라고 하는 여자분들 보면 너무 순진해서인지 아니면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자기 원하는 쪽으로 해석해서 자기만의 환상을 키우다가 뒤통수 맞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서양남자들의 행태는 어떻게보면 아주 단순하거든요.
젊었을 때 이성관계를 많이 해보는 것에 대해서 전 별로 거부감이 없습니다. 물론 같은 생각인 상대방일 경우 말이죠.
October 14, 2009 at 11:23 pm
한국이랑 문화가 참 다른건 사실이예요.
한국 남자를 사귀었을때 “널 좋아해, 우리 사귀자” 해서 곧바로 남자/여자 친구가 되었는데
여기 남자를 사귀고 있는데 그 사람은 “너를 좋아해, 우리 천천히 사귀자” 해서 현제는 데이트 중이예요 ^^
October 15, 2009 at 9:34 am
많이 다르죠. 서양사람들은 일정 기간의 데이트를 거쳐 사귀는 관계가 되구, 일정 기간의 사귀는 관계를 거쳐야 결혼을 생각해보는 관계가 되구.. 그래서 사귀는데 인내심이 필요한듯 해요. 물론 여자를 만난지 두어달 만에 약혼한 미국인 친구도 있긴 있지만요.. ㅎㅎ
좋은 추억 많이 남기세요~~
October 12, 2009 at 10:59 pm
“가능하면 문서로 증거를 남길 것을 권함.” —-> 그냥, 혼인신고 하지… 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