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 ‘그냥 친구’인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믿을 뿐만 아니라 나에겐 그냥 친구인 남자친구들이 꽤 있고, 내 친구들 중에도 그런 친구들이 많다.  내 생각에 이성친구가 있는 애인이나 배우자들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는 분들의 경우, 문제는 이성친구가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성친구와 얼마나 가까운가가 문제의 핵심인 듯 하다.

내 남자친구는 여자인 친구들이 많다. 그것 때문에 약간의 질투심이 생긴 적도 있다. 한 번은 내가 내 여자친구들과 금요일 밤에 저녁 약속이 있다고 했더니, ‘그래? 그럼 난 멜리사 (그의 여자인 친구들 중 한 명)랑 오랫만에 만나봐야겠다.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얘기한지 되게 오래 됐거든.’  근데, 멜리사는 쭉쭉빵빵인 금발 미녀인거다.  그 말을 듣고 난 당장, ‘흠. 뭐야. 내가 내 친구들 만난다니까 자기는 다른 여자랑 만나는거야?’  물론 내 남자친구는 내가 장난으로 이러는 줄 알고 웃으면서, ‘걘 그냥 친구고 난 걔한테 전혀 관심없는거 알잖어. 내가 사랑하는건 너야.’

내 남자친구는 남자인 친구보다 여자인 친구가 더 많지만, 정말로 그들은 가끔 만나거나 단 둘이는 아니고 우르르 만나서 노는 친구들이다.  그래서 난 그의 여자인 친구들에 대해선 별로 걱정하지 않는다. 그도 내가 나의 남자인 친구를 만나는 것에 별로 개의치 않아하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 남녀공학을 나온 나에게 이성친구라는 개념은 그다지 생소하지 않았다. 엄연히 그냥 친구인 남자애들과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달랐다. 이성끼리 어울린다고 다 좋아하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섹스가 궁해도 맘에 없는 이성끼리 다짜고짜 섹스하게 되는 경우는 엄청 드물다. 당신의 그/그녀가 이성친구를 만난다고 걱정하거나 의심할 이유는 없다.

만약 당신의 애인이나 배우자가 당신보다 한 사람의 이성친구와 더 많은 혹은 비슷한 정도의 시간을 보낸다면 그 경우엔 좀  정신차릴 필요가 있다.

나는 대학 졸업이후,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일주일에 한 두 번 이상 만난적이 없었다. 내가 친구를 사귀는 방식이 이상한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항상 붙어다니고 매일 전화통화를 해야 진짜 친한 친구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일주일의 반 이상을 만나는 상대는 오직 남자친구 혹은 데이트 상대다. (물론 회사에서 매일 보는 얼굴들을 제외하고.)  남자친구가 없던 기간 동안,  회사 동료 중 한 명과 거의 매일 퇴근 후 저녁먹고 술마시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에겐 다른 도시에 애인이 있었는데, 난 그가 애인이 있어서 더 맘편히 대했던 것 같다. 결국 우리들은 묘한 삼각관계에 얽히게 되어 난 그와의 만남을 중지해야 하게 됐던 경험이 있다. 그 이후, 난 절대 유부남이나 여자친구 있는 남자와는 지속적으로 단 둘이 만나는 일을 삼가한다.

만약 당신의 그/그녀가 한 사람의 이성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낸다면,  당신의 그/그녀가 당신에게 뭔가 만족할 수 없는 어떤 부분을 그 상대에게서 얻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꼭 성적인 부분이 아니라 예를 들면 당신과는 함께 하기 힘든 취미활동을 그 친구와는 할 수 있다거나, 당신과는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어떤 이슈에 대해 그 친구와는 말이 착착 통한다거나. 그런 부분이 당신의 그/그녀에게 당신과의 시간을 포기할만큼 중요하다면, 그리고 그 부분을 당신이 만족시켜줄 수 없다면 그/그녀와 진지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성친구와 한 달에 한 두 번 만나 밥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은 자신감 결여, 상대에 대한 신뢰감 결여, 질투심을 그대로 드러내는 길이다.  특히나 남여공학을 나와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이성친구 한 둘쯤 있는 것이 정상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