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후배 C가 미국 유학중 만난 남자친구와 2년여의 연애끝에 결혼을 했다.  둘은 결혼 전에도 이미 룸메이트로 한 지붕 밑에서 1년 넘게 동거를 했었다. 물론 한국에 계신 부모님들은 둘이 같이 산 건 모르신다고 했다.  결혼 후 첨으로  C 만나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었는데, 그냥 만나기 심심해서 선물을 준비해갔다. 선물은 과일향 나는 콘돔들. 바나나, 포도, 딸기 맛의 콘돔들이 색깔도 화려한 것이 보기에도 귀엽고, 이제 결혼도 했으니 이런 선물받고 웃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가져갔다.

후배도 보더니 깔깔대고 좋아했다.

“나 콘돔 한 번도 안 써봤는데, 잘 됐다. 신랑이랑 써보구 소감을 알려줄께.”

콘돔을 한 번도 안 써봤어?  니네 결혼 전엔 그럼 어떻게 했니?

“어… 신랑이 콘돔쓰면 느낌이 안 좋다구… 안 쓰고 했지 뭐.”

임신 되면 어쩔려구 그랬어?

“글쎄.. 뭐 이 사람하고 결혼하겠거니 생각해서 별로 걱정안했나봐.”

둘이 결혼까지 골인했으니 이제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 말을 듣고 난 그 후배의 남편에 대해 별로 좋지 않은 선입견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느낌이 떨어진다고 콘돔 쓰기 싫어하는 남자는 내 경험에 의하면 섹스에 있어 무척 이기적이고 무지한 남자다.  콘돔을 쓰는 이유가 뭔가. 첫째는 성관계로 옮겨질 수 있는 질병 예방이다. 상대방이 아무런 질병이 없다고 확신할 수 있지 않는 이상은 콘돔을 착용하는 것이 본인과 미래의 섹스 상대를 위해 최선인거다.  둘째는 물론 피임이다. 많은 남자들, 특히 한국 남자들은 소위 체외사정이라는 피임아닌 피임법을 너무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체외사정은 제대로 할 경우엔 실패율이 2퍼센트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문제는 제대로 하기 힘들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실제 실패율은 20 퍼센트 이상이다.  실패율이 20 프로 이상인 방법이 제대로된 방법일까?

나의 첫섹스 상대였던 남자친구는 한번도 콘돔없이 섹스하지 않았다. 난 섹스도 처음이었지만 남자가 내 눈 앞에서 콘돔을 끼우는 것을 보는 것도 처음이어서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걸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  그 이후 다른 남자와 어쩌다가 콘돔없이 섹스한 적도 있었다. 그 날 이후로부터 다음 생리가 시작될 때까지 어찌나 불안하던지.. 난 다시는 무방비 상태의 섹스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솔직히 남녀 간에 분위기 한참 무르익고 숨소리 가빠지고 영화에서처럼 로맨틱한 혹은 정열적인 섹스한 번 해보려구 하는데,

“콘돔 있어?”

이거 참으로 분위기 깨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나도 처음엔 이거 물어보기 엄청 쑥스러웠다. 그렇지만 한 번 두 번 눈 딱감고 말을 하기 시작했더니 별거 아니더라.  한 순간의 쑥스러움이야 섹스하고나면 다 잊혀지지만, 콘돔없이 섹스하고 나서의 불안함은 거의 몇 주일이 가니까.

처음에 이 말을 꺼내기 힘들었던데는  또다른 이유가 있었다.  혹시나 콘돔 운운하면 내가 마치 숱한 남자들과 섹스를 하는 탕녀로 비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아닌 걱정.  그러나 그건 진짜 걱정거리가 아니다.  콘돔있냐고 물어봤다고 여자를 탕녀취급하는 남자는 안 물어봐도 이미 섹스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를 탕녀취급할 것이 뻔하다. 그게 걱정이 되면 아예 섹스를 하지 않는게 상책이다.

내 생각에 피임은 여자가 더 적극적으로 챙기는 것이 남녀모두를 편하게 하는 길이다.  남자만 믿고 섹스했다가 덜커덕 원하지 않는 임신이 될 경우, 가장 큰 부담은 여자에게 돌아올 수 밖에 없다. 남자친구에게 당당하게 콘돔을 요구할 수 있을때에만 섹스하자.

그럴 용기가 없거나 남자친구가 성병이 없음을 확신할 수 있다면 피임약을 권하고 싶다. 난 왜 한국여성들이 유난히 먹는 피임약을 꺼리는지 궁금하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때문에? 사실 부작용으로 치자면 먹는 피임약의 부작용은 극히 미미함이 입증되었다. 먹는 피임약을 수년간 복용해 본 경험자로서 얘기하면,  약 복용후 가슴크기가 쬐금 커진게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랄까 그 밖에 전혀 아무런 부작용이 없었다. 피임약은 거의 실패율이 1퍼센트에도 못미쳐 피임 효과면에선 최고이니 굳이 콘돔이 필요없고 (물론 서로 믿을 수 있는 관계인 경우에만), 남자는 맘놓고 체내에 사정할 수 있으니 더 짜릿한 섹스를 즐기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써놓고 보니 마치 피임약 홍보하는 것처럼 들리는데, 그건 절대 아니고 나의 요지는 지금 당장 임신할 계획이 아니라면 피임을 제대로 하고 섹스를 하자는 것 뿐이다. 낙태는 쉽게 쉽게 하면서 그에 비하면 간단하기 짝이 없는 피임을 안하는건 자신과 사회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밖에는 해석이 안된다.

지금 당장 임신을 원하지 않는 모든 커플들에게..

피임 제대로 하지 않을거면 섹스도 하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