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에게는 사랑없는 섹스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라는 얘기를 무수히 들어왔다. 그 얘기 끝엔 항상 여자들은 다르다라는 한 마디가 따르고. 과연 그럴까?

남자가 진정으로 사랑하면 결혼할 때까지 섹스를 참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섹스를 해봐야만 이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있게 돼버렸다. 그리고 이 남자가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아닌지는 섹스를 해보면 더 확실히 알 수가 있다.

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남자는 섹스 후 더욱 친밀하게 다가온다. 자기에 대해 더 열어준다고 할까. 개인적인 얘기도 더 많이 하고 나에 대해서도 더 물어보고. 단지 섹스가 아닌 나의 다른 면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는 얘기다. 그냥 섹스나 어떻게 해볼까 해서 나를 만난 남자 같으면 섹스 후 나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지는게 보인다. 전화도 잘 안 하고, 다시 만나도 섹스가 목적인 것이 빤히 보이고.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남자는 마음에 들고, 그런데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지 궁금할 때 섹스를 하고 나면 상황이 분명해진다. 남자가 섹스가 목적이었구나 판단되면 나도 섹스만을 위해 만나던지, 아니면 아예 안 만나면 되는거다.

사랑없는 섹스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나도 얼마든지 사랑없는 섹스를 할 수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사랑없는 섹스가 돈을 주고 사는 섹스나 그야말로 생판 모르는 상대와의 원나잇 스탠드라면 난 아직도 사랑없는 섹스는 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나의 섹스 상대들은 다 적어도 나와 안면이 있고 몇 주 혹은 몇 달 간 교제를 했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어느 정도 좋아하긴 했지만 사랑했다고 말할 순 없다. 그들과 난 사랑없는 섹스를 했다.

사랑없는 섹스는 할 수 있어도 섹스없는 사랑은 할 수 없다. 그건 순정만화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얘기다.  서로의 가장 은밀한 부분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부벼주고, 그럼으로써 느낄 수 있는 친밀감. 다른 어떤 것이 그 느낌을 대신할 수 있을까?  아무리 사랑한다고 서로 속삭인들 짜릿짜릿한 오르가즘의 느낌을 대신하진 못한다.

평생 같이 섹스할 수 있는 사람.  그가 바로 내가 사랑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