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사춘기를 갓지난 십대 무렵부터 난 항상 결혼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남녀공학을 다니고, 학교 내외에서도 활발한 서클 활동을 했던 나는 그래서였던지 남자애들과 접할 기회도 많았고, 그 중엔 나의 일기장에 짝사랑의 상대로 등장했던 이름도 꽤 된다. 그렇게 짝사랑을 거듭하면서 언제인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나중에 누군가를 좋아해서 결혼하고 난 뒤에 더 좋은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하지?”

한번은 이렇게 엄마한테 물었더니 쓸데없는 걱정한다고 핀잔만 받았다.  그렇지만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오질 않았다.  더 좋은 사람 만날때마다 이혼하고 새 사람과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결혼하는 상대가 나의 마지막 사랑이라고 확신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확신이 필요한지 헤아리기도 힘들고.  그래, 난 결혼 안하고 연애만 하며 살고 싶어. 아직 진지한 연애 경험도 없는 10대 소녀였지만, 결혼은 엄청난 굴레이자 책임으로 느껴졌던거다.

철없던 시절의 그런 생각을 나이들어 되새겨본다.

이미 소위 결혼적령기를 훨씬 지나 나이 사십이 얼마 남지 않은 나. 이젠 결혼을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든 나이가 됐지만, 나이가 찼으니 결혼하기 위해 연애해야지 하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적이 없다. 그렇다고 연애를 안한건 아니다. 그 동안  굵직한 연애는 세 번 – 일년 이상 간 연애는 굵직한걸로 치자 – ,  자잘한 연애는 숱하게 많이 했었다. 나에게 연애는 결혼을 위한 과정이 아닌 삶의 활력소였던 셈이다.

얼마 전 친한 후배하나가 그랬다.

“언니, 난 데이트가 너무 귀찮어. 데이트가 일 같이 느껴져. 부담스럽고 신경쓸 것도 많고.. 이래서 어떻게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지?”

“음.. 글쎄, 내 생각엔 너무 결혼을 생각하면서 사람을 만나니까 부담스럽고 자연히 재미도 없어지는거 아닐까? 일단 만나서 사귀면서 서로 좋아지면 결혼하면 되지, 미리부터 데이트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해서 그런거 같은데.”

똑똑하고 능력있고 외모도 봐줄만한 이 후배와 얘기 할 때 마다 과연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연애를 하는걸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많은 커플들이 결혼 후에 밋밋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결국은 이혼을 하는걸까. (물론 이혼의 이유는 수만가지가 될 수 있겠지만.)

난 결혼을 한다면 평생 연애하기 위해 결혼하고 싶다. 생활 속에서 같이 부대끼면서도 매일 매일 연애하듯 사랑할 수 있는 사람. 꿈 같은 소리하고 있네 비웃어도 상관없다.

한 번 사는 인생, 맘껏 사랑하며 살자.